'악의 연대기'로 스크린 복귀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2015년도를 사는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냐, 먹힐 것이냐, 맞게 가고 있느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배우 손현주(50)는 작품을 고를 때 보통 사람들이 맞닥뜨린 시대 상황을 떠올려본다. KBS '솔약국집 아들들(2009)' 같이 가족애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에서 나아가 SBS 드라마 '추적자(2012)',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2013)'을 택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추적자'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며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의 고군분투기고 '숨바꼭질'은 의문의 괴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울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손현주는 세월이 흘러 때가 묻은 최창식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했다. 그는 "최창식도 젊은 형사 시절에는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참신했어요. 그런데 살면서 묻어가는 '타락의 때'를 어느 순간 '때'라고 생각하지 못한 게 문제였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합리화는 잘못"이라 했다. 영화 속 최창식의 자기합리화는 한 가정을 파탄 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손현주는 "사실 한 가정은 한 국가예요. 최창식은 한 국가를 무너뜨린 거죠. 이 영화는 우리에게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자기합리화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우리는 언제든지 범인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손현주는 단벌 복장에 별다른 분장도 없이 연기했다. 오로지 표정과 목소리, 눈빛만으로 최반장이 되어야 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두려움과 불안함, 초조함과 혼란스러움이 혼재하는 그의 눈은 더욱 붉어져간다. 그 와중에 각 장면마다 미묘하게 차이나는 감정들을 다른 비율로 쏟아내니 손현주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손현주는 "예민한 백운학 감독의 디렉션과 시나리오 안에 있는 것들에 충실히 접근하려고 했어요. 감독이 이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했습니다"라고 했다.
영화 속 최반장은 끊임없이 진실을 감추려 하고 홀로 누군가를 쫓는다. 그래서 손현주는 촬영 내내 외로웠다. 그는 "다른 영화에 비해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죠.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풀기엔 최반장이 저지른 일들이 너무 컸습니다"라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 촬영장을 신뢰 있고 화목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는 시간 약속을 포함한 모든 약속을 매우 중시하는 배우다. 후배들에게도 "촬영장에서 약속만 지켜주면 아무리 좋은 할리우드 영화라 하더라도 우리 정서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손현주는 '놀 곳' 없고 '볼 것' 없는 시대에 "배우는 괴롭고 힘들지만 축복된 사명"이라 말했다. 그는 "요즘은 돈 만원 갖고 영화관에 갈 수 없어요. 둘이 가면 팝콘도 사먹어야 되고 끝나고 껍데기에 소주 한잔도 해야 합니다. 평균 4~5만 원 쥐고 가는데, 영화를 친절하게 잘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손현주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동안 마음 놓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찍고 있는 영화 '더 폰'도 스릴러물이다. "이제 이모님들과 할머니들 곁으로 다시 돌아가야죠. 길 가다 보면 '요즘 왜 테레비 안나와? 요즘 일 안해?'라 물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말랑말랑한거, 곧 갈 거예요."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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