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클라우드 펀딩이 최근 기부문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눈길을 쓴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가 실시한 4건의 클라우드 펀당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실례로 지난 7월21∼9월30일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 프로젝트의 클라우드 펀딩 2000만원 모집을 실시한 결과 총 239명이 참여, 21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평소 장애로 몸이 불편하고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워 사진관을 찾지 못한 이들을 직접 방문,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 모여진 돈은 전시회 비용, 차량 이동비, 사진액자 구입비 등으로 활용했다.
지난 10월1∼11월30일까지 진행된 '제 3회 민들레예술문학상 국민시상금 마련' 프로젝트에서도 총 172명이 참여, 1500여만원이 모였다. 당초 목표액은 1000만원, 예상외로 모금이 빨리 이뤄져 문화예술위에서는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민들레예술문학상은 노숙인, 쪽방촌,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시나 수필 등을 공모, 시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주거 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
9월22∼11월24일 모금이 이뤄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희망의 심포니' 역시 114명의 후원자들이 1000만원을 모금, 시각장애인들의 연주활동을 지원했다. 2011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은 단장, 예술감독, 정단원 등 9명으로 구성돼 미국 카네기홀에 섰던
공연단체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힐링과 감동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 활동을 위해 자금이 필요, 문화예술위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지원을 펼쳤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부형 펀딩에 많은 이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예 기부문화 형태로 정착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금 단위가 3000원부터 몇 만원 단위로 소액 기부를 받아 진행하며 기업 후원형태인 메세나와 양립, 문화예술 창작을 활성화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클라우드 펀딩은 영화의 경우 퀴어영화, 다큐멘트리영화 등으로 확산되면서 영화 다양성 및 산업 전반을 키우는 젖줄 역할을 해왔다. 2012년 영화 '26년'의 펀딩 성공 이후 클라우드 펀딩은 상업영화시장에서 자금 확보의 한 통로로 자리잡은 상태다. 현재 클라우드 펀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를 비롯, 일반 클라우드 펀딩업체인 굿펀딩, 텀블벅, 유캔펀딩 등의 플랫폼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예술작품 펀딩 중재로 호평받고 있다. 거대 자본이 아닌 문화매니아들의 자본력으로 문화 다양성을 지켜 나가며 향후 기부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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