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빅시리즈<3>가족 두고 혼자 내려온 근무자의 하소연
-원거리 이동인구 자연스럽게 늘어
-"금요일 오후 표는 한달 전부터 예매…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 크다"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공공기관들이 속속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금요일 오후 서울 가는 KTX 표 예매는 1개월 전에 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어요.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표도 마찬가지고요. 몇 개월 이렇게 지내니 가족들과 함께 이사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커졌어요."(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 종사자)
KTX 경부라인에 위치하고 서울과 가까운 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표 전쟁이 과열되자 매력도가 다소 떨어졌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매도 힘들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까지 버스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세종시가 더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처음 이전지가 정해졌을 때 다들 서울로 이동이 편해 부럽다고 했는데 이젠 표 예매하느라 정신이 없고 생활비까지 빠듯해졌다"면서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이런저런 하소연을 많이 했는데 버스로 이동해도 2시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는 세종시는 양반"이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표 전쟁의 근본 원인은 가족과 함께가 아닌 홀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대구 중·남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이전을 완료한 40개 공공기관 직원 8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동반 이주율은 25%에 불과했다. 해당 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가족 전체가 이전한 비율은 훨씬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선 혁신도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교통체증 걱정 없이 정시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KTX뿐 아니라 일반열차의 이용률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이전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106.6%였던 전국 노선별 이용률은 3년 만에 119.6%로 13.3%포인트 높아졌다. KTX와 일반열차의 이용률은 각각 2.5%포인트, 32.5%포인트 증가했다. 이용객이 늘면서 열차운행횟수도 하루에 2~35회 증가했다.
표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예매방식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코레일은 매년 이용률을 집계해 노선·열차별 예매좌석 수를 정한다. 출발지와 노선 등에 따라 예매할 수 있는 좌석 수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승객이 많다고 해서 좌석을 꽉 채워 출발하게 되면 중간역에선 승객이 탑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배분 현황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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