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여담]레퀴엠을 들어야 할 이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모차르트의 생애, 특히 그의 마지막 순간들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는 그의 유작이자 최고의 걸작이랄 수 있는 '레퀴엠'의 작곡에 얽힌 얘기를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심신이 지쳐 있던 모차르트가 그의 재능을 질투한 살리에르의 흉계에 의해 이 곡의 창작에 무리하게 매달림으로써 건강을 더욱 해치고 결국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모차르트는 이 곡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결국 이 위대한 천재의 마지막 작품은 그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 돼버리고 만 셈이다.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나머지 대목을 완성해 2년 후 세상에 공개된 레퀴엠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쓴 것처럼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안식의 길로 들어서는 세상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곡 외에도 베르디, 포레 등의 작품이 유명한데, 이 레퀴엠은 특히 연말에 많이 연주되는 곡들 중의 하나다.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시점이 지상에서의 삶에 보내는 송가로서의 레퀴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욱 그렇다. 꽃다운 생명들의 희생이 컸던 해인 올해를 보내면서 망자들, 아니 구천으로 가지 못하고 이 산천과 바다 속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중음신들을 생각하면 이번 연말이야말로 진혼곡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것은 그 레퀴엠이 죽은 자들만이 아니라 산 자들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레퀴엠은 망인들의 안식을 기원하지만 그 안식은 남은 이들의 회개와 통회를 통해 이뤄진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들이 그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새로운 삶을 열어준다.
비극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려 하는 연말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레퀴엠을 들으면서 올해의 죽음들에 대해, 그 죽음들에 빚진 것에 대해, 삶을 누리는 이로서의 책임과 예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절절히 참회하며 레퀴엠을 들을 때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진도의 상여가에서 '못 가겄네 못 가것네 차마 설워 친구 두고는 못 가겄네'라고 원통해하는 망자들을 '잘 가게나 잘 가게나 낙원 극락 꿈을 안고 미련없이 떠나게나'라며 비로소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무례하지 않게 보내게 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