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 3조3900억원…전년比 273% 급증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건설사의 신용도 하락을 가져왔듯, 증권사의 과도한 유동화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자칫 잘못하면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4조원의 신용보강 유동화 거래가 이뤄졌다. 즉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증권사들의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의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규제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위축되면서 PF대출 유동화 및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증권사 신용보강 유동화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가 위험을 분담하는 신용보강 유동화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곧 증권사의 리스크 확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해당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한 모든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과거 특정 건설사의 신용위기가 PF ABCP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가 급증하면서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석ㆍ통제가 가능한 신용위험 외에 시장위험의 성격을 갖는 유동성위험이 전체 금융시장에 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17조3528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56.5%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3조18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NH농협증권 이 2조2781억원, 현대증권 1조6151억원, 교보증권 1조3372억원, 하이투자증권 1조96억원 등의 순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종금업 라이선스를 가진데다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을 적극적으로 약정해온 탓에 채무보증 규모가 타사에 비해 월등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채무보증에는 유동화와 무관한 지급보증, 담보대출확약, 한도대출, CPㆍ전단채 인수 확약 등이 포함돼 증권사 유동화익스포저만을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증권사 전체 채무보증 가운데 80% 이상이 유동화익스포저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 증권사의 과도한 채무보증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한신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증권사 유동화익스포저는 총 14조2543억원으로 조사됐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