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작전 수행중인 군인들이 갖는 궁금증이 아니다. 닷새 간 추석연휴를 앞두고 주식투자자들을 위축시키는 '올빼미 공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통상 연휴를 앞두고 기승을 부린데다 마땅한 대비책도 없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초는 근로자의 날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이 몰려 있는 황금연휴 기간이었다. 휴일 틈에 끼어 있는 2일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업들의 꼼수 공시가 쏟아졌다.
콘텐츠 제작업체 아이디엔은 장 마감 후 8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위해 보통주 62만840주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주주가치를 희석시켜 주가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같은 날 늦은 시간 롯데손해보험은 1분기 영업손실이 31억640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가 지속됐다고 공시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전문업체 지디는 영업이익이 18억2700만원으로 63.64% 급감했다고 알렸다.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장 마감 후 공시함으로써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올빼미 공시가 대부분 악재로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올빼미 공시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시를 충분히 살피고 다음 거래일까지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투자자들이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올빼미 공시가 갖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잦은 늑장 공시는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찍힐 수 있는 이유가 된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연말 올빼미 공시를 한 삼진엘앤디, 렉스엑이앤지, 한국자원투자개발에 대해 공시변경, 공시불이행 등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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