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당 동네어귀 신작로 곁
그 이발소의 유리창은 먼지로 침침했다
단 다섯 평도 안 되는 좁은 이발소는 사람으로 붐볐다
낡은 이발의자는 삐걱거렸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가
삼류그림과 함께 떨어질 듯 위험스럽게 천장에 붙어 있었다
삐걱거렸지만 푹신한 이발의자에 앉지 못하고
양쪽 팔걸이에 걸쳐 놓은 판자에 앉아야 했다
언제쯤 나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이발을 해 볼까?
이빨 빠진 바리깡은 한 번씩 내 머리를 뽑아가 눈물이 질끈 났지만
면도를 마친 아저씨는 옆자리에 누워 세상모르고 코를 골았다
슥삭슥삭 가죽에 칼을 갈고
면도솔에 비누를 비벼 목에 차가운 거품을 칠 할 때 그 움찔거림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