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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미사일개발 산증인 'ADD 장명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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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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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의 미사일개발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짧은 역사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장명진 박사를 만났다. ADD는 지난 6일 창설 44주년을 맞았다.

장 박사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장교(ROTC 12기)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곳저곳 일자리를 찾던 중 ADD 연구원 모집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입사원서를 냈다. 이 때만해도 ADD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단 합격통지서는 날아왔다.
덜컥 결정된 입사였기에 1976년 6월 입사 첫날부터 해프닝이 생겼다. 지금의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로에 해당하는 홍능까지 찾아갔지만 ADD를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그는 근처 청량리경찰서를 찾아야 했다. 장 박사는 "경찰서에서 '홍능기계공업사'라는 회사가 ADD일 수 있다는 힌트만 주더군요"라며 "출근 첫날부터 입사한 회사도 못찾아 헤메고 다닌거죠"라며 웃었다.

ADD의 생활은 기업 입사를 생각했던 장 박사에게 낯섦 그 자체였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보안규정 준수'였다. "입사 첫날부터 회사에서 들은 것은 '잠꼬대로도 하면 안된다'는 소리를 반복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군용 경운기를 개발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입사 다음해에는 박정희 전대통령도 직접 만났다. 장 박사는 "박 전 대통령이 ADD를 방문해 회로장치시험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험을 해보일려니까 작동이 안됐어요. 박 전 대통령은 '본래 시범을 보이려면 잘 안되는 거야. 힘내'라며 어깨를 툭 쳐주시더라구요"라고 회고했다.
장박사가 배치된 팀은 미사일개발팀. 미군이 사용하던 나이키 허큘리스를 직수입해 사용했던 우리나라가 국산미사일개발에 첫발을 내디뎠던 시기였다. 1978년 3월에는 한국형지대지유도탄의 사업명도 지었다. 바로 '백곰'이다.

장 박사는 "유명가수 최희준씨가 불렀던 '나는 곰이다'는 노래가 있었어요. 어려움속에서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열정을 담은 노래죠. 눈밭속에서 시험준비중인 연구원들을 백곰에 비유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목표로 설정한 개발기한은 박정희 전대통령을 초대해 시험발사를 하기로 한 1978년 9월이었다. 하지만 실패는 7번에 걸쳐 거듭됐다.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한 행사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극에 달해갔다. 장 박사는 "대통령께서 외교사절까지 초대하기로 했는데 시험발사 20여일을 남겨놓고 성공을 못하고 있으니 연구원들은 얼마나 속이 탔겠어요"라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발사한 8차시험에서는 결국 성공했죠. 이어 공개시험까지 마치자 눈물이 절로 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백곰은 다시 현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새 업무가 시작됐다. 그런데 백곰 시험발사가 가짜였다는 누명을 쓰게 되면서 주요 간부들이 퇴직하는 등 미사일개발은 무산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다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관한 현무 3차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재탄력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사거리 300km의 현무-2 탄도미사일이 탄생한 것이다.

장 박사는 "무기개발 과정은 책임감ㆍ열정ㆍ도전정신의 결정체예요"라며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킬 체인(Kill Chain)을 2015년까지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실패가 있을 수 있겠지만 후배들이 잘 이겨낼 거라 믿는다"고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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