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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 때마다 부활하는 '이순신의 역설' 그리고 인간의 참 모습

최종수정 2014.08.04 06:39 기사입력 2014.07.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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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저술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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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불멸'의 존재다. 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과 더불어 가장 신화적 인물이다. 이순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 경제 위기에도 부활하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각종 국가 재난 시에도 부활한다.

'이순신 신화는 왜 국난이 일어날 때마다 되살아나는가 ?' 온갖 역경에 굴하지 않고 13척의 배로 당당히 적과 맞서는 이순신 정신에서 희망를 찾으려는 까닭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 지난 현재, 세상은 '세월호 전과 후'를 얘기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익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 무능에 찌든 국가기구, 리더십의 부재와 부도덕이 판치는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런 비극이 자꾸만 이순신을 부활시킨다. 따라서 '이순신'이라는 텍스트는 우리 내부의 적과 싸우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또다시 이순신이 부활했다. 그를 부활시킨 이는 의외로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한 수많은 학자들이 심도 있게 다룬 때문에 비전공자가 취미로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연구대상이다. 문학 및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도 표현돼 있어 다소 무모한 도전장처럼 비춰진다. 웬만큼 특별하지 않고는 아류 측에도 못 낀다. 그러나 저자는 10여년에 걸친 탐사집필을 통해 '인간 이순신'이라는 상식적인 인물을 되살려냈다.

책을 펼쳐 보면 간단치 않다. 각종 무기체계며 전략, 군사 운용, 동북아 정세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또한 징비록, 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및 관련 자료를 소상히 꿰뚫고, 다른 해전사와도 비교해 내는 솜씨가 보통 내공이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중견간부인 김태훈씨(50)가 집필한 "오늘을 위해 밝히는 역사의 진실-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라는 책은 732 페이지로 방대한 분량이다. 이번 책은 2004년 저자가 집필한 '이순신의 두 얼굴'이라는 책의 후속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여년동안 주말마다 도서관에 처박혀 살다시피했다. 저자는 "직장 다니며 책을 쓰려면 친구와 술, 대화를 줄여야 하는게 가장 힘든 대목"이라고 술회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던 이순신 관련 상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실례로 그동안 이순신 장군을 모함해 실각시킨 인물로 지목된 이덕형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선조실록'의 번역자가 원문의 단어 하나를 실수로 잘못 번역한데서 비롯된 해프닝이란 걸 밝혀낸다. 원균이 모함했다는 실체도 보다 새롭게 보강됐다.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 시절, 사표를 쓴 적 있다. 결국 당황한 조정은 원균을 경상 우수사에서 충청병사로 좌천시키고 매듭 짓는다. 사표는 원균 제거를 위한 극약처방이며 원균 비호세력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이순신도 만만치 않은 정치적 수완을 가진 인물임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해전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칠전량 전투 직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거듭된 참전 명령을 지연한 것을 이유로 도원수 권율에게 끌려가 곤장을 맞고 전선으로 돌아 왔다. 지금으로 치면 합참의장이 해군사령관을 욕보인 꼴이다. 이에 원균은 분노에 사로잡혀 전쟁 준비도 대책도 마련하지 못 했다. 따라서 저자는 원균의 무능보다 분노심이 전쟁의 실패로 몰아갔을 개연성에도 주목한다.

이순신의 23전 23승 신화도 다소 과장됐다는 견해도 내비친다. 그 사례가 별반 다뤄지지 않은 '장문포전투'다. 저자는 이순신이 이 전투에서 적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도 못했고, 아군의 손실도 없었으므로 사실상 무승부라는 견해다. 이런 의견은 다소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이순신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는 가정은 오히려 합리적인 의문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저자의 솔직담백한 연구가 이순신을 더욱 비범한 인물로 승화시킨다.

"이순신도 인간이다. 전장에서 7년동안 적과 상대하면서 실수가 한번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또한 완벽한 장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간 이순신 연구는 완전무결한 장수 이순신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여러 사료와 주변인들의 행적, 각종 사실관계를 꿰맞춘 부분이 여럿 발견된다. 우리가 읽는 이순신 관련 책들도 신격화돼 있거나 추앙하는데 급급해 있다. 이를 해소해야 이순신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위대함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는 이순신을 신화로 읽기보다 사실로 읽어야 한다"며 "성웅이라는 관념적 단어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순신을 참 모습을 읽어야 진정한 영웅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태훈 지음/일상이상 출간/값 2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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