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저술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이순신 신화는 왜 국난이 일어날 때마다 되살아나는가 ?' 온갖 역경에 굴하지 않고 13척의 배로 당당히 적과 맞서는 이순신 정신에서 희망를 찾으려는 까닭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 지난 현재, 세상은 '세월호 전과 후'를 얘기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익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 무능에 찌든 국가기구, 리더십의 부재와 부도덕이 판치는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런 비극이 자꾸만 이순신을 부활시킨다. 따라서 '이순신'이라는 텍스트는 우리 내부의 적과 싸우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책을 펼쳐 보면 간단치 않다. 각종 무기체계며 전략, 군사 운용, 동북아 정세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또한 징비록, 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및 관련 자료를 소상히 꿰뚫고, 다른 해전사와도 비교해 내는 솜씨가 보통 내공이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중견간부인 김태훈씨(50)가 집필한 "오늘을 위해 밝히는 역사의 진실-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라는 책은 732 페이지로 방대한 분량이다. 이번 책은 2004년 저자가 집필한 '이순신의 두 얼굴'이라는 책의 후속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여년동안 주말마다 도서관에 처박혀 살다시피했다. 저자는 "직장 다니며 책을 쓰려면 친구와 술, 대화를 줄여야 하는게 가장 힘든 대목"이라고 술회한다.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해전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칠전량 전투 직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거듭된 참전 명령을 지연한 것을 이유로 도원수 권율에게 끌려가 곤장을 맞고 전선으로 돌아 왔다. 지금으로 치면 합참의장이 해군사령관을 욕보인 꼴이다. 이에 원균은 분노에 사로잡혀 전쟁 준비도 대책도 마련하지 못 했다. 따라서 저자는 원균의 무능보다 분노심이 전쟁의 실패로 몰아갔을 개연성에도 주목한다.
이순신의 23전 23승 신화도 다소 과장됐다는 견해도 내비친다. 그 사례가 별반 다뤄지지 않은 '장문포전투'다. 저자는 이순신이 이 전투에서 적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도 못했고, 아군의 손실도 없었으므로 사실상 무승부라는 견해다. 이런 의견은 다소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이순신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는 가정은 오히려 합리적인 의문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저자의 솔직담백한 연구가 이순신을 더욱 비범한 인물로 승화시킨다.
"이순신도 인간이다. 전장에서 7년동안 적과 상대하면서 실수가 한번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또한 완벽한 장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간 이순신 연구는 완전무결한 장수 이순신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여러 사료와 주변인들의 행적, 각종 사실관계를 꿰맞춘 부분이 여럿 발견된다. 우리가 읽는 이순신 관련 책들도 신격화돼 있거나 추앙하는데 급급해 있다. 이를 해소해야 이순신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위대함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는 이순신을 신화로 읽기보다 사실로 읽어야 한다"며 "성웅이라는 관념적 단어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순신을 참 모습을 읽어야 진정한 영웅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태훈 지음/일상이상 출간/값 2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