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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유병언 잡기, 그 ‘웃픈’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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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유병언 빨리 잡게 해주세요." "하느님이 벌을 내릴 거예요."

지난 7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30대 남성 A씨 모습에 시민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알몸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왜 알몸이었는지는 그만이 알겠지만, 기도의 목적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검거였다. A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경찰이 출동한 후 보호자에 인계됐고 곧장 정신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유병언을 둘러싼 황당 에피소드는 또 있다. 검찰이 유병언 검거를 위해 현상금 5억원을 내걸자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제보에 동참했다. 한 무속인은 점괘를 보니 '○○사'라는 사찰에서 강한 기가 느껴진다면서 그곳에 유병언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제보했다.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을 가봤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수맥을 짚고 다니는 사람의 제보도 있었다. 전남 순천에 유병언이 숨어 있다는 제보였다. 수맥을 짚어 유병언을 찾았다는 엉뚱한 제보를 믿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결과는 역시 허탕이었다.

이런 진지한 코미디를 본 일이 있는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코미디 같은 일은 이뿐이 아니다. 7월3일 부산 영도구 한 횟집 앞. 경찰관은 술에 취해 길에서 잠을 자던 김모(48)씨를 깨우다 뺨을 맞았다고 한다. 이유는 더 황당하다. "유병언도 못 잡는 ○○○들이 어디 자는 사람을 깨우느냐"면서 욕설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지만 봉변을 당한 경찰관은 무슨 잘못인가.
검찰 수사관은 '황당 낮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6월11일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수사관들이 낮잠을 잔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수사 인력은 투입됐고, 별다른 성과는 없고, 피곤은 몰려오고 그래서 잠을 잔 것일까. 검찰은 실제로 수사관들이 너무 피곤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연히 비판이 쏟아졌지만 "오죽하면 낮잠을 잤겠는가"라는 반응도 있었다. 검찰 주장에 공감해서 나온 반응은 아니었다. 동네방네 다 알리듯 TV로 생중계하는 압수수색은 처음부터 보여주기 '쇼'라는 비아냥도 나오는 상황에서 얼마나 긴장감 없는 압수수색이었으면 수사관이 낮잠을 잤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암튼 '유병언 검거'에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에 투입된 인력의 규모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유병언 공개수배 이후인 5월27일부터 7월3일까지 투입된 경찰력은 누적인원으로 128만 1190명이다. 전체 경찰력(12만명)의 10배에 해당하는 인력이 유병언 검거 작전에 동원된 셈이다.

투입된 인력을 위해 예산은 또 얼마나 썼을까. 그 돈은 다 국민 세금 아닌가. 게다가 유병언 검거에 수사 인력을 집중시키다보니 '미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민생 치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얘기다. 유병언 검거 작전을 둘러싼 황당한 사연들을 보면서 마냥 웃고 있을 수는 없는 이유다.

떠들썩한 유병언 검거 작전으로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론을 물타기 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국민 조롱의 대상이 돼 버렸다. 금세 잡을 것처럼 하던 유병언은 잡지 못한 채 웃기면서도 슬픈 사연만 전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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