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매일 2호선으로 출퇴근하는 강현구(31)씨는 여름철 출근길 전쟁이 다른 계절보다 더 버겁다. 환승역만 되면 몰려드는 사람 탓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은 탓이다. 강 씨는 "한창 더울 때는 뜨거운 바람이 에어컨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매일 붐벼서 짜증 나는데 에어컨이라도 잘 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냉난방 민원 가운데 46%가 여름에 집중됐다. 여름 냉난방 민원 가운데는 덥다는 민원이 전체의 9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메트로측은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수송 승객이 늘면서 덥다는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에 덥다는 민원만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올여름에는 춥다는 민원도 늘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서울메트로에 '춥다'고 신고된 민원은 4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56건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지하철은 꼬리 칸에 있는 역무원이 '전냉' '반냉' '오프'로 된 에어컨 기계로 온도를 조절한다. 덥다는 민원이 오면 전냉을 눌러 에어컨을 완전 가동하고, 춥다는 민원이 오면 에어컨을 끄든가 반만 키는 식이다. 버스는 승객으로부터 구두로 민원을 들으면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에 대한 냉난방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중교통의 특성상 승객이 위치한 자리와 이동 거리에 따라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이 냉방을 해도 버스 기사가 위치한 문 쪽의 온도가 높은 반면 버스 뒤편은 온도가 낮을 수 있다.
시간별 달라지는 수송인원도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덥다는 민원은 출퇴근 시간대에 대부분(59.1%)접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더위·추위에 대한 개인 차, 승강장의 온도, 정차 횟수 등도 체감온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메트로나 버스회사 측은 민원이 올 때 온도를 조절하는 것 외에는 에어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철은 기준온도를 28도에 맞춘 약냉방칸을 만들어 추위를 느끼는 승객들을 배려하고 있지만, 2호선엔 이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버스는 기준온도를 설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온도를 측정하는 기계가 없어 전적으로 기사의 체감 온도에 따라 에어컨 냉난방 세기가 결정된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여름철 에어컨을 풀가동하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모든 승객들에게 맞는 온도를 찾기는 어렵다"며 "최대한 승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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