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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안전해질 수 있을까?

최종수정 2014.06.29 17:07 기사입력 2014.06.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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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정치권을 비롯해 온 나라가 외쳤던 말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안전해질 수 있을까?

2004년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과정이 있었다. 9·11테러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보다 안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던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우리는 9·11당시보다 오늘날 더 안전해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이후 미국은 9·11테러 10주기를 맞은 2011년 경과보고서를 내놓았다. 경과보고서에는 "우리의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은 테러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많은 개선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일까?

미국은 테러 발생 원인을 가혹할 만큼 철저하게 진상규명했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실이 분석한 9·11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였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진상조사 책임자로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장관을 지명했으나 과거의 경력 때문에 진통 끝에 물러났다. 조사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 테러발생으로부터 442일이 지난 2002년 11월27일에서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었다. 누군가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 당파에 치우치지 않으며,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체의 현직을 배제한 10명의(여야 동수) 위원과 81명의 상근직원을 뽑혔다. 황 의원은 이같은 현직 배제의 원칙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야말로 독립적이고 초당파적으로,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은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당과 정부에서 독립된 조사활동이 나설 수 있었다. 의회는 별도의 법을 만들어 위원회에 예산과 자료요구권 등을 부여해 미국중앙정보기구(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기밀자료들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막강한 자료 제출 요구권 등을 바탕으로 테러를 왜 막지 못했는지,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했는지를 분석했다.

조사과정이 정치적 흥정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사람은 전 정보부국장, 전 법무 장·차관, 국제 정치사·대외정보 하버드대교수, 국경간 계좌이체 전문가, 다수의 전직 연방검사와 의회공동조사관 등 민간 및 정부전문가, 의회전문위원 등 경험 많은 전문가 그룹으로만 채워졌다.

조사위원회는 250만 쪽의 정부문서를 검토했으며 10개국 걸쳐 1200명을 인터뷰했다. 조사대상에 대해서는 테러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전·현직을 가리지 않았다. 전현직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시 대통령과 테러 당시 고위 관계자는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당시 행정부 주요 관계자도 조사 대상이 됐다. 19일간 열렸던 청문회에는 160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투입된 예산만 153억원(1500만달러)에 이른다.

조사위원회는 테러의 발생에 관한 직접적인 원인 분석 뿐 아니라 테러를 왜 저지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에 집중했다. 이같은 고민의 결과는 테러예방 조직을 신설하거나, 몇가지 제도적 보완책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의 외교전략 전반을 분석한 뒤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으며 미국 정부조직과 의회의 정보기관 감시 기능 강화 등 총체적인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2004년 7월 진상조사위는 조사위원회를 발표한 뒤 2011년 경과보고서를 다시 발표했다. 경과보고서는 9·11테러 이후의 조치사항을 평가했다. 조사위원회에서 7년전 제시했던 개선안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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