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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8-② 수행비서가 모는 의원 차량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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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앞에 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의원회관 앞에 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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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명단 적힌 수첩·목캔디·비타민부터 없는게 없는 움직이는 사무실
요즘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는 카니발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국회의원 차량은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하루에 여러 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의원들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좌진들은 국회의원이 이동 중에도 편히 용무를 볼 수 있도록 차 안에 갖가지 물품을 구비해 놓는다.

슬쩍 들여다본 남성의원의 차량 안 콘솔박스에는 목캔디, 비타민, 물티슈, 500㎖ 생수 한 병 등이 놓여 있었다. 조수석에는 수첩, 볼펜, 담뱃갑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여성의원의 차량 안은 또 다르다. 이들을 모시는 수행비서들에 따르면 여성의원들은 별도의 화장품 파우치를 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기름종이'도 필수품이다. 뒷좌석에 여벌로 옷을 걸어두는 여성의원도 있다.

이 공간에서 의원들은 쪽잠을 자거나 용건을 해결한다. 자투리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지역구 관리를 하는 의원도 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P의원을 보좌하는 김모 보좌관. P의원을 모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수행비서 대신 운전대를 잡았을 때다.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뒤에서 P의원의 말소리가 들렸다.
혼잣말을 하는 줄 알고 룸미러로 힐끔 보니 "국회의원 ○○○입니다. 오늘 생일이시죠? 미역국은 드셨나요?"라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P의원은 평소 3만명의 지역구 사람들을 명단으로 만들어 관리하는데 이 명단에는 이름, 직업, 고향, 전화번호, 가입 단체 등의 정보들이 낱낱이 적혀 있다고 한다. 보좌관이 이 명단 중 생일인 사람을 추려 건네면 P의원이 생일축하 전화를 거는 것이다. P의원은 이 작업을 4년 내내 했다고 한다. 인구가 적은 지역구의 경우 선거 때 몇 만표, 적게는 몇 천, 몇 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니 유권자들을 내편으로 끌어오기 위한 작업을 평소 꾸준히 하는 것이다.

온갖 잡무를 해결하는 공간인 만큼 의원들은 대형차를 선호한다. 실제 이달 16일 기준으로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19대 국회의원 차량 등록 현황'을 보면 총 284대 중 의원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차량은 카니발(79대)이었다. 에쿠스(53대), 제네시스(43대), 그랜저(35), K9(17)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국회사무처는 국회사무처법에 근거해 차량 운영비를 별도로 지급하는데 의원실마다 월 145만8000원을 지원한다.

지금은 국회의원 개인이 차량 구매 비용을 부담하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민의원들에게 지프차가 무상으로 제공되기도 했다는 말도 있다. 치안이 불안했던 탓에 지프차가 필수였다는 것이다. 당시 수행비서들은 권총을 차고 다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차량계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는 직원은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1980년대 초부터 국회에서 근무했지만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목적지가 초행인 경우가 많아 의원 차량에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보통 수행비서들은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외에 휴대전화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함께 켜둔다. 가장 빠른 경로를 찾기 위해서다. 한 수행비서는 "운전할 때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 3개를 켜둔다. 그중 하나는 바로 뒤에 앉아있는 의원님"이라고 말했다. 뒤에 탄 국회의원이 '이리 가라' '저리 가라'며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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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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