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묻는다. “드리블?” “세트플레이?” 아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요. “스피드라고요, 스피드.” 문전의 골 결정 능력 부족, 패스가 불안한 것, 치고 올라가는 역습이 잘 안되는 것, 후반에 체력이 달려 느려지는 것, 따지고 보면 다 스피드다. 꿈나무 전사들도 다 아는 ‘문제’란 얘기다. 절대, 대표선수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진짜 꼭, 알제리전을 이겨야 하기에, 우리들의 내일이 형님들의 오늘이기에, 간절한 소망을 담아 응원하는 말이다. 아이들의 저 말은 설득력이 있고 저 귀띔은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홍명보감독이 해야할 말을, 꿈나무의 입을 빌려, 광고가 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광고는 더 할 말이 분명히 있어 보이는데 결코 말을 꺼내지 않고, KT로고만 비추고 끝낸다. 하지만 소비자는 KT의 광대역 LTE가 바로 ‘스피드’로 승부하는 것임을 알아챈다.
상업광고는 대개, 뉴스나 오락프로 혹은 드라마보다 소통 효율이 떨어진다. 왜 그럴까. 광고의 메시지나 컨텐츠는,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고 기능적으로 배치되는 수단일 뿐 그 자체에 진심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저히 ‘장삿속’일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녔다. 그래서 광고를 보는 정보소비자는 그 진정성을 디스카운트하며, 광고속 의견이나 주장을 일단 의심을 깔고 보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광고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 콘텐츠 자체의 가치나 서비스를 인정받고 있는 뉴스나 오락프로, 드라마를 상대로, ‘관심’의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광고는 강력한 메시지, 눈을 붙잡는 비주얼, 상식을 때리는 생각의 전도(顚倒), 혹은 스타나 독특한 캐릭터, 반복 노출 등 다양한 전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내려 한다. 그런데 이 광고는, 뉴스를 건드렸고 뉴스에서 제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 영역(뉴스 해설과 분석과 제안, 어젠다 설정)을 가져와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힘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광고는 과연 그 자체로 깊이있고 품위있는 뉴스가 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참신한 답을 내놓은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광고의 유통기한은 딱 5일. 그러나 그동안 충분히 월드컵의 열기와 국민의 염원 속으로 파고들지도 모른다. 알제리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 이 광고는 또 다른 ‘뉴스’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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