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더디고 조직 장악력 약하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승미 기자] 지난 9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POSCO홀딩스 센터 4층 아트홀에서 열린 제15회 철의 날 기념식장. 연한 회색의 엷은 핑크색 넥타이를 한 중년 신사가 들어서자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플래쉬가 터진다. 한국철강협회장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다. 이날 권 회장의 패션감각은 다른 최고경영자들과는 달랐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다른 CEO들은 남색이나 검정색 슈트 일색이었으나 회색 슈트의 권 회장은 한눈에 들어왔다. 권 회장은 취재진들의 다소 과열된 취재에도 부드러운 미소와 말투로 대응했다. 권 회장은 평소에도 비서진이나 안전 요원들에게" 취재진들의 접근을 과도하게 막지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외유내강(外柔內剛)'으로 요약된다. 겉은 부드러우나 속으로는 강인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패션감각이나 대언론 대응은 전임 회장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젊어지고 부드러웠다는 평가다. 반면, 그의 포스코 혁신에 대한 의지는 단단한 철강재 보다도 강하다는 평이다. 물론 너무 조용한 행보를 하다 보니 100일이 지나도록 제 색깔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권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갑(甲)'의식 내려놓기'로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수십년간 누렸던 '갑(甲)'의 위치에서 내려오기 위해 '을(乙)' 위치였던 고객사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현장을 직접 찾아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형식적인 눈높이 맞추기가 아니라 고객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다"며"포스코와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내부 단속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였다. 고객사와 협력사로 부터 경조금을 일절 받지 않기로 결단을 내린 것은 강한 리더십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다만, 그는 국내 철강업계 수장으로써 포스코나 철강협회 직원들의 경조사를 직접 챙기는 부드러운 리더십도 잊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 취임후 100일간은 포스코 본원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고심하는 시간이었다"며"이제 부터 구조조정, 재무구조개선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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