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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바이올리니스트 기틀리스 "내면 담아야 좋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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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리 기틀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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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80년 넘는 세월을 바이올린과 함께한 이 시대 최정상, 최고령 비르투오소. 이브리 기틀리스(Ivry Gitlis·92·사진)의 재치 넘치는 표정과 입담, 솔직함에서 노익장의 힘이 느껴진다. 또한 기교만이 아닌 내면의 소리와 개성 있는 연주를 중시하는 그의 음악관 속엔 후배 연주자들을 향한 교훈이 묻어났다.

25일 내한 공연을 앞둔 기틀리스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전날 서울에 도착해 피곤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여유 있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고령의 나이지만 오랫동안 연주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숨 쉬는 것과 같다. 숨을 멈추면 어떠한가. 바이올린을 하는 것도 (멈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동안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인생 자체가 늘 '변화'"라는 말로 일갈했다.

연주자로서 그는 '무엇'보다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가 중요해 보였다. 기틀리스는 "연주자는 작곡가들이 만들어 놓은 곡을 대신 표현하는 '대사'(ambassador)다. 각각의 아티스트마다 다른 음악들을 선사한다"며 "곡의 풍부함을 전달하는 더 많은 연주법이 있을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10~15명의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있었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모두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연주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전달되는 감흥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곧 연주자의 개성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기틀리스는 "요즘 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기술적 역량에 치중하는데, 그 뿐만 아니라 뮤지션이라면 마음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어떤 스탠다드에서 벗어나면 틀렸다는 인식이 많은데 그런 흐름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습 역시 순간순간 감정을 잘 표현해 내는 창조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틀리스에게도 바이올린으로 최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녹록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5살 생일이 되기 전에 바이올린을 갖고 싶어 선물로 사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비행기를 사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그는 영화배우이자 작곡가, 작가 그리고 유네스코 친선대사이기도 하다. 1975년 작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아델 h 이야기'에서 최면술사 역을, 작년에 모니카 벨루치의 최고 영화로 선정된 다니엘 톰슨 감독의 '데 장 키 상브라스(des gens qui s'embrassent)'에서 아론 역을 맡았다. 1980년엔 첫 자서전을 내면서 작년 생일을 맞아 지난 30년의 삶을 추가해 새로운 판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에 대해 기틀리스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면서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꼭 그것이 특별할 이유는 없다. '커리어(경력)'나 '전문성'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고, 리스트, 베토벤, 말러 모두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나 지휘자였다"고 대답했다.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오는 25일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전반부에서는 힌데미트와 베토벤 소나타를 선보이며 인터미션 후 기틀리스가 직접 무대에서 곡을 골라 연주한 뒤 끝으로 민요 '아리랑'을 공연할 예정이다.

기틀리스는 이스라엘 하이파 태생으로 열 살 때 폴란드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후베르만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조르쥬 에네스코, 자크 티보, 칼 플레쉬 등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사사했다. 그는 뉴욕·베를린·빈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해 왔으며, 수많은 음반들을 남겼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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