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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서관은 ③]"지자체 도서관 운영 '외면'‥수익사업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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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우리나라 도서관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위해 도서관 발전을 지원해야 하며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도서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알 권리, 정보 접근의 평등성,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공간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지자체가 도서관 운영을 외면, 공공성이 크게 상실되고 있다. 특히 위탁 경영이라는 관리 방식이 확산되면서 도서관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도서관 운영 방식은 지자체 직영과 위탁 경영이 혼재돼 있다. 위탁 경영은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도서관 위탁 경영을 통해 각종 수익에 혈안, 21세기 정보사회 실현을 역행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사례를 살펴 보자.
2002년 개관한 성북정보도서관은 관리·운영이 성북도시관리공단에서 2012년 성북문화재단으로 이전됐다. 현재 성북정보도서관은 건물 5층에 1.8∼3.35평 규모의 개인연구실 34개를 설치해 월 이용료 10만∼20만원대에 임대하고 있다. 월 임대료 22만원인 3.35평 개인연구실은 개인사물함과 의자 4개, 테이블, 간이침대가 갖춰져 있다. 규모가 작은 연구실의 경우도 개인용 책상, 책꽂이, 간이침대 등이 제공된다. 보증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월사용료는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성북정보도서관 개인연구실은 승진시험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입실 경쟁이 심하다. 세미나실은 3시간 3만원, 컨벤션룸은 3시간 5만원을 받는다. 또한 여러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강좌에 따라 3만∼4만원대의 유료로 진행하고 있다.

식당 및 휴게시설인 '참새의 집'에서는 한식과 돈까스, 라면 및 간식류를 판다. 월곡 열람실에서는 사물함도 보증금 1만1000원, 3개월 사용료 9000원에 판다. 따라서 성북정보도서관 내에는 식당, 휴게실 등을 포함, 많은 공간이 유료, 영리화된 셈이다. 이에 지역민들은 "유료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라"고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수익사업에 대해 성북정보도서관의 반론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지자체 및 관리·운영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북정보도서관 관계자의 말이다.

"성북정보도서관 수탁기관인 '성북문화재단'은 성북구 산하단체로 설립 취지와 목적이 도서관을 제대로 관리하자는데 있다. 위탁 경영의 경우 시설관리공단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공단은 주차장,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일종의 시설물로 인식했던 탓이다. 2012년 성북문화재단이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도서관 운영을 인수한 이후 전문사서 7명을 확보하고, 수익사업을 대폭 줄였다. 또한 소외계층 등에는 비용 부담을 없앴다. 대신 문화 프로그램을 더욱 보강했다. 일부 유료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성북정보도서관은 일년 운영 예산 8억원 중 지자체 교부금 6억원, 자체 수익 2억원 등으로 꾸리며 각종 비용 절감, 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결국 도서관 운영을 국가와 지자체가 전담해야 한다."
한국사서협회 등이 조사한 공공도서관 위탁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기준 지자체 소속 576 곳 중 143 곳이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종교단체, 대학 등에 위탁돼 있다. 이는 2008년 14% 수준이던 것이 4년새 24.83%로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서 서울 지자체 소속 공공도서관 90 곳 중 83곳이 위탁 경영하고 있다. 지자체 직영은 서울시립도서관을 포함, 7곳 뿐이다. 사실상 서울 지자체들은 공공도서관 운영을 위탁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공공도서관 90% 이상인데 비해 경기도의 경우 공공도서관 167 곳 중 지자체 직영 144곳, 공단 12곳, 문화재단 2곳, 학교 4곳, 기타 5곳 등이다. 따라서 직영 비율이 높다. 오산시의 경우 2011년 시설관리공단에 수탁하던 도서관을 인수, 직영 전환하기도 했다. 사실상 서울이 도서관 위탁 운영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도서관 활동가들은 "도서관이 수익, 영리 목적의 운영을 하고 있느냐가 문제의 초점은 아니다"라며 "전문사서들이 대국민서비스보다는 영리, 수익사업에 내몰리고, 수탁기관에 대한 경영 평가, 경쟁 원리, 지자체 지원 기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공도서관이 늘어날수록 관리 문제로 더욱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2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사서협회와 경기도 화성시가 '위탁 경영' 문제로 대립, 갈등을 보였던 사례가 관리 문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현재 위탁 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정확히 분석한 자료는 거의 없는 편이다. 위탁 경영을 하는 지자체들은 한결같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경쟁 원리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화성시의 경우 2012년 초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의 '직영 전환' 권고를 무시하고 문화재단으로 위탁 변경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화성시는 지역내 8개 공공도서관 운영권을 위탁기관을 화성도시공사(구 화성시시설관리공단)에서 화성시 문화재단으로 바꿨다. 이에 한국사서협회 등은 화성시와 반발했으나 도서관 운영권이 결국 문화재단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는 단순히 운영 주체의 변경만이 아니라 위수탁 변경을 통해 도서관이 수익사업 대상으로 전락했다는데 문제가 크다.

전충곤 한국사서협회 사무총장은 "도서관 위탁 경영이 확산되면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각 사서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 수익사업 개발에 더 집중하는 등 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수익사업 추진으로 시민 부담이 가중되고 체계적인 관리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외계층의 정보접근성,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공공도서관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이윤 추구사업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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