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학계 올드보이, 재계입성 러시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정관학계에서 활동하던 유력 올드맨들의 재계 입성이 잇따르고 있다.

낙하산식 인사인 관피아와 본질은 다르지만 올드맨들의 재계입성을 놓고 풍부한 노하우 전수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경영 능력 부재, 일부 인사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12일 호암재단 신임 이사장에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선임했다. 73세의 손 신임 이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이사,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거쳤다. 이후 서강대 총장, KBS 이사장, 숙명여대 이사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손 이사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보수파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34주기 추도식에서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습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손 이사장은 민주 세력으로 부터 '유신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권태신 전 국무총리 실장(65)이 재계에 입성했다. 보수색이 강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임 원장에 선임된 것이다. 지난해 3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의 컴백이다.

권 신임 원장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과거 정권에서 경제관료로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자 재계에서 러브콜이 적지않았다고 한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전직 국회의원이자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최연희 전 의원(70)을 건설 디벨로퍼 및 농업 바이오 분야 회장으로 영입했다. 최 회장이 재계에 입문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동양그룹의 동양파워 부회장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8개월여만인 그해 12월 동양그룹 사태로 물러난 바 있다.

동부그룹은 앞서 지난해 2월 오명 전 부총리(74)를 동부하이텍 회장으로 영입했다. 전자와 IT, 반도체 분야를 이끌도록 했다. 오 회장은 반도체 회사인 동부하이텍을 비롯해 동부대우전자, 동부LED, 동부로봇 등 전자 분야 계열사를 총괄한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올드맨의 귀환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올드맨들에 대해 정재계를 넘나드는 풍부한 경력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반면,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일부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나 행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장 등 이른바 'MB 올드맨'들이 재계 핵심 포스트를 차지해 비판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한 올드맨들을 경영 외적인 면에서 선호한다"며 "단순히 나이를 잣대로 삼기 보다 능력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