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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양·개·풀…셋 중 어울리는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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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와 밀농사 지역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 비교

▲벼농사는 한 가족이 아닌 마을이 필요할 만큼 협동심과 공동체가 필요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내기를 했다.

▲벼농사는 한 가족이 아닌 마을이 필요할 만큼 협동심과 공동체가 필요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내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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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양과 개, 그리고 풀이 있다. 이들 셋 중 서로 어울리는(match) 두 개를 고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당신들 중 '양과 개'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개인주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반면 '양과 풀'을 골랐다면 당신은 '집단주의적이고 순응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 자연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이 문화는 특정 지역의 사고방식에 적잖은 작용을 한다. 뉴사이언티스트는 9일(현지시간) 벼와 밀농사를 짓는 두 곳의 사고방식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확인했다.

동아시아 지역은 집단주의가 강하다. 미국·유럽 등은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상대적으로 팽배해 있다. 물론 이런 평가는 지금에서는 진부하다. 최근 연구결과는 이 같은 진부한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벼를 재배하는 지역은 집단사고방식이 앞섰고 반면 밀을 기르는 곳은 개인주의적 경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샬러츠빌(Charlottesville) 버지니아 대학의 토마스 탈헬름(Thomas Talhelm) 교수는
벼와 밀을 재배하는 지역의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었다. 토마스 탈헬름 교수는 "벼를 심는 동아시아 지역은 밀을 재배하는 서구와 북부 중국보다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약했다"고 말했다.
탈헬름 교수는 직접 실험을 진행했다. 벼농사는 힘든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관개망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수확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반면 밀은 비만 내리면 가능했다. 벼농사보다 수확은 적은데 노동 강도 면에서 밀농사는 훨씬 수월했다. 밀농사는 한 가족이 충분히 지을 수 있지만 벼농사는 가족이 아닌 마을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의 유교도 협동심과 집단성을 강조하고 있다. 탈헬름 연구팀은 실제 중국 벼와 밀을 지배하는 6개 지역에서 온 1162명의 학생들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모두 한족 출신으로 한정했다.

이들에게서 '인지 스타일(cognitive style)'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밀농사는 짓는 지역에서 온 학생들의 56%는 벼농사 지역에서 온 학생들보다 분석적이었다. 양과 개, 풀을 두고 비슷한 두 개를 매칭 시켜 보라는 주문에 밀농사 지역의 학생들은 서슴없이 '양과 개'를 선택했다.

반면 벼농사 지역의 학생들은 '양과 풀'을 선택했다. 양과 개는 생물학, 물리학적으로 비슷하다. 반면 실제 삶 속에서는 '양과 풀'이 더 어울린다. 밀농사 지역의 학생들은 물리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어울리는 두 개를 고른 것이고 벼농사 지역의 학생들은 이와 달리 자신의 삶 속에서 가까운 두 개를 고른 셈이다.

탈헬름 교수는 "쌀을 수확하는 지역은 함께 협력할수록 경제적 보상을 더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고 이런 오랜 문화가 벼농사 지역의 경우 상호 의존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벼농사를 짓는 지역은 밀농사 지역보다 이혼율이 매우 낮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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