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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정부, 엉터리 사업 타당성 평가로 예산 낭비"

최종수정 2014.04.24 10:27 기사입력 2014.04.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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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판 카길'을 표방하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642억원을 출자해 미국 내 곡물유통기업을 인수를 추진했다. 식량안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추진한 사업이지만 추진 가능성 검토없이 예산부터 편성하다보니 지난 시장조사에만 55억원을 쏟아 붓고도 인수 가능한 기업을 찾지 못해 출자금 예산 587억원만 낭비했다. 감사원이 미국 88개 곡물유통사를 대상으로 지분매각 의향이 있는지 파악한 결과 지분을 팔 의사가 있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사업 계속성을 재검토한 뒤 출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24일 기재부 등 주요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재정집행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농식품부와 같이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예산을 과다 편성해 불용을 초래한 다수 사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가령 국가보훈처의 경우 광화문 광장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와 상의 없이 광장에 호국보훈용 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 예산(2012년과 2013년 각각 5억원)을 편성했다가 서울시 반대로 사업을 중단했다.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단 편성하고 보자는 식의 운용방식도 감사원의 지적대상이었다. 방위사업청의 경우 정부투자에서 민관공동투자로 사업방식을 바꿀 경우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드는데도 정부 투자방식을 기준으로 152억원을 편성해 134억원의 예산을 집행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집행단계에서의 문제점도 다수 적발됐다. 상당수 정부기관은 낙찰예정가에 비해 실제 낙찰금액이 적을 경우 남게 되는 낙찰차액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대학교, 경북대학교, 충남대학교의 경우 교육부와 사전 협의 없이 낙찰차액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양경찰청의 경우에는 방제장비 구매 예산으로 편성된 12억9000만원 가운데 2억9000만원을 계획에도 없던 순찰차 구매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 예산도 집행가능성을 살피지 않고 밀어내기식으로 교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15개 사업이 2012년 예산의 19%만 집행했음도 불구하고 2013년에 보조금으로 458억원을 추가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보조금 잔액이 851억원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다.
필요 이상으로 예산을 과다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학교와 어린이집 등 지하수를 사용하는 단체급식소에 식중독 예방을 위해 염소소독기를 구입해주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지원된 장비는 필요한 장비에 비해 처리 용량이 30배에 달하는 학교와 어린이집의 일일 평균 지하수 사용량은 10t미만인데 지원한 장비는 하루에 300t을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국가재정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는 당해년도 국비 보조금 집행실적만 조회되고 전년도 보조금과 지방비 집행실적, 집행잔액 등은 조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앙관서에서 이전에 교부한 보조금의 집행 잔액 등을 파악하지 못해 보조금을 추가교부하거나 집행잔액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반납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예산과 계약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사업별로 낙찰차액이 있더라도 사용내역을 알 수 없는 것도 감사원의 지적사항이다. 이 때문에 각 부처에서 기재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신규사업이나 소모성 경비 등으로 낙찰차액을 집행하는 관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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