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4일 기재부 등 주요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재정집행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농식품부와 같이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예산을 과다 편성해 불용을 초래한 다수 사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가령 국가보훈처의 경우 광화문 광장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와 상의 없이 광장에 호국보훈용 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 예산(2012년과 2013년 각각 5억원)을 편성했다가 서울시 반대로 사업을 중단했다.
예산집행단계에서의 문제점도 다수 적발됐다. 상당수 정부기관은 낙찰예정가에 비해 실제 낙찰금액이 적을 경우 남게 되는 낙찰차액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대학교, 경북대학교, 충남대학교의 경우 교육부와 사전 협의 없이 낙찰차액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양경찰청의 경우에는 방제장비 구매 예산으로 편성된 12억9000만원 가운데 2억9000만원을 계획에도 없던 순찰차 구매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 예산도 집행가능성을 살피지 않고 밀어내기식으로 교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15개 사업이 2012년 예산의 19%만 집행했음도 불구하고 2013년에 보조금으로 458억원을 추가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보조금 잔액이 851억원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국가재정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는 당해년도 국비 보조금 집행실적만 조회되고 전년도 보조금과 지방비 집행실적, 집행잔액 등은 조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앙관서에서 이전에 교부한 보조금의 집행 잔액 등을 파악하지 못해 보조금을 추가교부하거나 집행잔액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반납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예산과 계약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사업별로 낙찰차액이 있더라도 사용내역을 알 수 없는 것도 감사원의 지적사항이다. 이 때문에 각 부처에서 기재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신규사업이나 소모성 경비 등으로 낙찰차액을 집행하는 관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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