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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르포]'떠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조용해서 더 슬픈 진도체육관

최종수정 2014.04.23 11:43 기사입력 2014.04.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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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확인한 부모들 떠나며 점점 비어가는 진도 체육관
-심신 지친 가족들 서로 위로하며 수색 결과 기다려

[진도(전남)=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돼 다행이라고 "

자식을 배안에 두고 기다린 지 일주일째인 22일. 세월호 사고 관련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체육관에 조용한 흐느낌이 퍼져 나갔다. 자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남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은 "이것도 못 찾아서 애타게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라며 부인을 다독였다. 뉴스에선 '백 몇번째 희생자', 누군가에겐 '하나뿐인' 자식의 얼굴을 확인하러 부모는 시신이 오는 팽목항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첫날 가족들의 절규와 오열이 계속됐던 체육관은 묘하게 조용했다. "앞에 안보여요"라며 신원 미상자 게시판을 가리지 말라는 항의만 이따금 들려왔다. 며칠을 눈물과 분노로 보낸 가족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이미 몇몇 가족들이 실종자들을 찾고 떠나 체육관에 남은 가족들은 사고 첫날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체육관 근처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족들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잔인한 기다림을 견뎌내고 있었다. 딸의 명찰을 목에 건 아버지가 게시판을 뚫어지게 보고 있자 남은 딸이 아버지를 뒤에서 꼭 안았다. 어머니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실종자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식과의 한 때를 서로 이야기하며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원 미상자들의 특징들이 나오자 "그애가 지 옷은 안 짧어 안 짧어 그랬었어"라며 회상하는 부모도 있었다. 안타까웠던 순간도 잊지 못하는 듯 했다. 한 학부모는 "처음에 뉴스에서 모두 구조됐다고 하길래 청소하고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오후 4시께 실신한 가족 한명이 지친 표정으로 구급대를 통해 실려갔다. 가족들은 마지막 남은 체력을 짜내 버티고 있는 상태다. 의료지원을 나온 경찰병원 의사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분들이 많아 영양제를 드리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하려고 우황청심환을 찾는 가족분들도 많고 지병을 앓고 있다 정신없이 달려와 여기서 약을 찾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신원 미상자들의 특징을 붙여 놓은 정문 게시판 앞에 가자 또 한명의 가족이 다른 가족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때 게시판을 가득 채웠던 신원미상자 공고가 조금 줄어들었다. 게시판에 근접한 정문에는 '실종자 누나의 친구'로 알려진 여대생이 노동문제를 담아 쓴 정부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가 가족들의 항의로 떼어지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시신 도착 연락을 받는 부모들도 보였다. 한 학부모는 "옷도 그렇고 맞아, 맞는 거 같애. 한시간이나 두시간 뒤에 팽목항으로 온대"라며 남은 가족들에게 수색 소식을 알렸다. 주변의 다른 가족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이를 지켜봤다.

체육관 단상 오른쪽 문으로 실종자 가족 한명이 뒤를 돌아보며 남은 가족들을 쳐다봤다. 눈가가 빨갰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떠나는 사람들로, 조용한 체육관은 점점 비어가고 있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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