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온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가족들이 흥분한 이유는 경호 차량과 취재 차량들이 현장에 잔뜩 등장해 구급차가 통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체육관에서 부모와 함께 제주도로 이사 중 혼자만 구조돼 국민들을 안타깝게 한 권모(6)양을 만나 위로하는 장면도 논란이다. 일부에선 '연출'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밤 새워 구조 작업을 지켜보다 전격적으로 결정했다"는 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특히 재난 구조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대통령의 전격적인 현장 방문ㆍ격려로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16일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초기 안이한 판단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안전 한국'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던 것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구조당국은 탑승객 숫자조차 오락가락하고, 실종자ㆍ구조자 통계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해 사고자 가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이틀째 단 한 명의 생존자도구조하지 못하는 답답한 구조 작업에 가족들은 패닉 상태다. 지난해 5월 발표한 '국민안전종합대책'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다.
가족들은 또 "민간 잠수부 동원해 자원 요청했지만 배도 못 띄우게 하고 진입을 아예 막았다. 우리가 소동 피우고 난리쳐서 책임질 수 있는 사람 보내달라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현장 방문은 좋다. 그러나 지금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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