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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에서 보일러공으로" 중장년 재취업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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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재취업 성공수기 최우수상에 "하늘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준다" 선정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눈높이를 더 낮추고 사회 첫발을 내딛는 마음으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6일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주관한 제3회 중장년 재취업 성공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만호(59세)씨가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에게 들려주는 재취업 성공비결이다. 이씨는 30년간 근무한 은행에서 지점장으로 명예퇴직한 후 각고의 노력 끝에 보일러 기능사로 재취업했다.

협력센터 산하 전경련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는 지난 1월 중순부터 3월초 까지 약 50일에 걸쳐 40~60대 중장년들이 재취업에 성공한 수기를 공모해 총 7편의 당선작을 선정, 이날 협력센터 대회의실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최우수상에는 '하늘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준다'의 이만호(59세)씨, 우수상에는 '이력서 2,000곳 넣고, 다시 일하는 기쁨 얻어'의 이성주(42세)씨와 '벼랑끝에 서서 실낱같은 희망 찾다'의 김진인(56세)씨가 각각 선정됐다. 또 장려상에는 '치밀하게! 집요하게! 될 때까지!'의 이인희(62세)씨, '인생2모작을 위한 새로운 시도'의 최대준(62세)씨, '어리버리 아버지, 재취업 성공 이야기'의 김희승(가명, 57세)씨, '계획 없는 결과 없다'의 육창수(40세)씨 등 4편이 뽑혔다.
협력센터는 "40~60대 중장년들이 재취업 준비과정에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재취업문을 통과한 다양한 성공담을, 인생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구직자들에 롤모델로 제공하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번 수기공모에 총 42편이 응모됐다. '실직이후 재취업까지 어떻게 역경을 극복했는가?', '재취업에 성공한 요인은 무엇인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기술했는가?'가 수상작의 심사기준이었다.

수기공모를 총괄한 양금승 협력센터 소장은 "중장년들이 치밀한 자기계발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더 어렵다는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읽고 깊이 감동받았다"고 말하고, "금번 성공수기가 인생2막을 시작하려는 중장년들이 재취업 준비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활용되길 바라며, 앞으로 수기공모전을 정례화하여 중장년 재취업 활성화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센터는 산하에 2011년부터 '전경련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운영해 지난해 말 까지 4000명 이상의 중장년 구직자들을 재취업시켰다. 40세 이상의 구직자는 누구나 희망센터를 통해 재취업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2편의 성공 스토리다.

"하늘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준다"
#(최우수상) 은행지점장으로 명예퇴직 후 7개 기술자격증을 취득하여 말단 보일러 기능사로 재취업(이만호, 59세)

2010년 10월,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이만호 씨는 30년간 근무한 은행에서 지점장을 끝으로 경영악화로 명예퇴직대열에 합류했고, 이후 계약직인 지점감사직으로 2년간 더 근무한 이후 인생1모작을 마감했다.
퇴직후 전국을 돌며 배낭여행하면서 잠깐의 여유도 가져봤지만,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이제부터 무얼 하며 살까?'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을 짓눌렀다.
우연히 동네 자전거가게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던 중에 점포사장으로부터 "내가 이 자리에서 40년간 경영해 온 것도 다 기술덕분예요."라는 조언을 듣고 이氏 는 '앞으로 30년간 인생2막을 잘 보내려면 반드시 기술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해 기술을 배워 다시 취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이 60이 다되어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2011년 3월부터 직업전문학교에서 보일러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으나, 은행원 출신에겐 생소한 보일러 용어 하나하나를 익히기가 쉽지 않았고, 용접 실습시에는 옷을 태우기까지 하는 등 실수를 연발해 나이 어린 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나이 들어 무슨 기술을 배우느냐?"며 주위에서 비아냥거리고, 등산ㆍ골프ㆍ낚시 등 여러 사회모임에서 유혹도 많았지만, 이氏는 다 뿌리치고 기술학교와 도서관으로 달려가곤 했다.
이렇게 어렵게 보일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난 2년 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공조냉동기능사, 에너지산업기사, 전기기능사 등 7개의 자격증이 이만호 씨의 품에 들어왔다.
하지만, 자격증만 갖고는 나이한계를 뛰어넘어 재취업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氏는 전경련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방문해 전문컨설턴트와 상담도 하고, 중장년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열심히 구직을 위해 뛰어다녔다. 드디어 수차례 힘겨운 도전 끝에 기술자격증을 활용하여, 2014년 2월, 국민은행 본점 시설과 보일러기능사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한 노력이 보답받는 순간이었다. 이氏는 재취업의 긴 여정을 걸어오면서 '자신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다'든지, '월급을 얼마 받았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추고, 준비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이력서 2,000곳 넣고, 다시 일하는 기쁨 얻어"
#(우수상) 유명 핸드백 제조업체 해외무역업무 5년 근무후 실직, 2,000곳 이상 이력서 넣은 끝에 중소기업 무역부 과장으로 재취업(이성주, 42세)

이성주씨는 국내 유명 핸드백 제조업체에서 5년간 해외무역전문가로 근무했으나, 사업부진을 이유로 2012년 9월 경영지원부서로 전보됐다. 이전회사 경력까지 포함해 총 12년간 해외영업업무만 담당해온 이氏에게 위조상품 단속 등 행정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부서장과 잦은 말다툼을 벌이다 2012년 12월 회사를 그만두었다.
한참 일할 나이인 40세에 일할 곳을 잃어버린 이氏에게 설상가상으로 만기가 도래한 은행대출금 상환에 퇴직금을 모두 소진했고,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어 온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실직 사실을 양가부모와 친지들에게 비밀에 부치기로 한 이氏는, 도서관 가는 길에 혹시나 한동네에 사시는 어머님과 마주치지 않을까 마음 졸였다. 실업수당만으로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 자녀 결혼자금용으로 만든 통장마저도 해약하고,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도 삭감해야만 했다. 계획했던 둘째의 임신도 미루는 등 생활비를 줄이는데 허리끈을 졸라매었다.
2,000군데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으나, 서류전형 조차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이은 실패로 이氏는 사무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좌절감과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자신감을 잃고 무력감으로 점점 위축되어가던 중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전경련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氏는 컨설턴트와 상담하여 그간 해왔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해외영업분야로 '한우물을 파자'고 결정했다. 고민 끝에 당장의 구직활동 보다는 8주과정의 국제무역사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며, 본인이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미래를 개척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교육이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으며, 구직활동을 시작한 지, 10개월만인 2013년 10월, 중소무역회사로부터 면접제의를 받았다. 강한 자신감으로 재충전되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면접관에게 잘 전달했고, 마침내 최종 합격한 이氏는 재취업의 긴 터널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세 가족이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氏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항상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벼랑끝에 서서 실낱같은 희망 찾다"
#(우수상) 해외법인장 퇴직후 자존심 버리고, 동종의 중소기업 재취업(김진인, 56세)

대기업에서 해외법인장과 사업팀장을 지내면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氏는 남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운영 중인 프로젝트가 실패하자 과감히 퇴사하고,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막상 이직하고 나니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중소기업에서 활용하기란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았고, 이직한 회사의 경영악화까지 겹쳐 또다시 회사를 떠났다. 다행히도 두 번째로 이직한 솔루션업체에서 프로젝트에 성공하여 회사를 정상화시킨 공로가 인정되어 별도법인의 CEO로 취임하는 영예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영광도 잠시, 내부경쟁자들의 시기와 질투로 결국 오너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거듭되는 실패를 만회하고 싶은 욕심에서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판 1억 원으로 시스템 개발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지만, 인지도가 없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았고, 무리한 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대기업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CEO를 역임했다는 자부심은 절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귀결되었고, 싸우기 전에 계산부터 해야 한다는 사실이 여러 번의 실패 이후 교훈으로 남았다.
게다가 중소기업을 운영할 때, 연일 계속되는 술과 고객접대로 얻은 당뇨병으로 체력적인 한계와 무력감에 휩싸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장의 생활고가 눈앞에 놓여 야간경비까지 서게 되었다.
이대로 끝날 수 없었다. 뭔가 새로운 출발이 필요했다. 김氏는 우선 자존심부터 버리기로 했다. 여러 곳에 입사원서를 냈고, 지인을 찾아가 재취업을 부탁했다. 그러던 중 유사업종을 운영하는 옛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어렵게 현재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먼 길을 돌아 재취업에 성공한 김氏는 매일 출근하여 거울 앞에서 실천항목을 외우고 있다. "새벽 3시에 깨어나 일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못하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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