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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남자가 사는법⑬]가족에게 나는…Honey인가 Money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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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니라 '지갑님' 신세..권리는 없고 의무만 남았구나
시대가 각박해진걸 어찌하나..김치남·김치녀 싸우지는 말자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1.모처럼 한적한 주말. 아바(ABBA)를 틀어 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허니 허니(Honey honey)'가 나온다. 노래를 듣고 있는데 부엌에 있는 아내도 흥얼거린다. 가만히 들으니 "머니 머니(Money Money)"로 들린다. 뭐 또 돈 쓸 일이 있나? 이놈의 돈은 항상 부족하다. 돈다! 돌겠다.
H가 M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가사의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허니 허니, 당신은 나를 전율케 하죠. 완전히 뿅가게 해요(Honey honey, how you thrill me, Honey honey, nearly kill me). H에서 M으로 바뀌는 순간 알딸딸한 내용이 갑자기 살벌해 진다. 머니 머니 엄청 겁 주는 구만. 아, 돌아가시겠네.

#2."야, 도대체 왜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돼? 혼수는 간단히 하자고 하는데 집값은 오르잖아. 아들 둔 게 뭐 죄냐. 요즘은 손주 봐주지 않으면 아들은 처갓집에 뺏긴다며. 그런데 왜 전세집까지 장만해 줘야하냐." 사고 쳐서 일찍 장가간 놈이 저 닮은 아들의 혼사를 두고 흥분해서 난리다. 이놈 때문에 고민이 빨라졌다, 빨라야 5년뒤에 할 고민을 앞당겨 하게 된다. 그렇잖아도 고민거리가 많은데 부담은 친구들이 나눠가진다. 딸 가진 녀석들은 "야 그게 우리 문화야. 흥분하지 말고 잔이나 받아"라고 콧방귀를 뀐다.

돈 걱정도 때에 따라 다르다. 30대에는 내 집 마련 문제로 고민했다. 40대에는 대학입시를 앞둔 자식들의 사교육비로 끙끙 앓는다. 애들 대학학비는 사교육비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사교육비는 부모 능력따라 천차만별이다. 많은 경우 '허리가 휠 때까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는 슬슬 자녀의 결혼비용문제가 화제로 떠오른다. 은퇴후 걱정도 점점 늘어난다.
#3."엄마 잘 있냐." 중년의 남자가 지나가는 여성에게 물어본다. "잘 계세요." "인사 전해다오. 잘가." 탱고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현지인 사이에 벌어진 대화 장면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묻는다. "누구야." "응. 내 딸." 친구는 우리나라 무역회사의 현지사무소장이다. 깜작 놀랐단다. 어떻게 딸한테 그렇게 얘기를 하지. 그런데 가정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내서 더 놀랐단다. 남자들이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지고 또 부양의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나서 좋으면 애 낳고 살다가 싫으면 남자가 떠난단다.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모계사회가 됐단다. 라오스와 베트남도 그렇다.

우리 때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나누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남자인 가장의 몫이다. 그 사이 여권은 신장했다. 역할의 변화는 생겼는데 권한과 의무는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마찰이 발생한다. 좋아하고 사귀고 결혼하면 됐는데, 이제는 따질 게 많아졌다. 신인가수 '브로(Bro)'는 노래 '그런남자'에서 남자에게 '많이' 바라는 여자들을 '김치녀'로 매도한다. 우리 또래는 없어도 있는 척 했다. 뒤에서 돈 세면서 쩔쩔매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른가 보다.

다 돈 문제, 경제적 문제가 중심에 있다. 아바는 다른 노래 '머니 머니 머니'에서 돈은 틀림없이 재미있고(funny), 항상 햇살같다(sunny)고 했다. 돈 많은 사람의 세상에서(in the rich man's world). 대부분의 아빠나 아들은 돈 많은 세상 사람이 아니다.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 실감난다.

▲Honey인가 Money인가

▲Honey인가 Money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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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뭔가 변화를 모색하면서 질문하기 시작한다. "왜? 아들 가진 부모가 자식결혼 때 집을 도와줘야 하냐"는 중년남자의 의문. "내가 왜? 데이트비용을 다 내고 여자를 공주 대접해야 하지"라고 묻는 젊은이. 여자들이 보면 남자들이 쫀쫀해지기 시작했다. 당찬 여자들은 '렛잇고(let it go)'를 부르며 자기 갈 길을 간다. 과거의 기준과 엇갈린 현실사이에서 젊은 연인들은 제대로 연애조차 못하고 썸만 탄다. 썸싱을 고대하면서 변죽만 울린다.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아들에게 데이트 비용에 관해 물어봤다. 공동으로 통장을 만들어 데이트비용으로 쓴다고 한다. 자기가 더 내고 여자 친구가 조금 덜 냈지만 함께 만들어 쓰니 서로 부담이 없고 편했다고 얘기한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균형을 찾는다. 균형을 찾아야 서로 불편하지 않다. "김치녀", "김치남" 하면서 싸우지 않는다. 우리보다 애들이 더 문제다. 삼신할머니, 우리 애들이 남자와 여자로 갈려 디스하지 말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잘 살게 해주소서. 조금 힘들더라도.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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