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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인들의 홍대' 옛말…관광객 몰리는 동묘 구제시장

최종수정 2014.03.30 12:05 기사입력 2014.03.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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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9일 오후 동묘 구제시장 전경

29일 오후 동묘 구제시장 전경

"자! 한 벌에 단돈 이천 원! 두 벌 살까, 세 벌 살까 고민하지 마세요!"

29일 찾은 서울 종로구 '동묘 구제시장'은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시장 입구부터 늘어선 의류 노점이나 잡화 노점엔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이 가득했다. 손님들은 무엇보다 '가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눈치. 의류 노점에서 옷을 고르던 한 중년 여성은 "TV에서 보고 구경하려고 왔다"면서 "그런데 셔츠 두 장, 바지 한 장, 티 네 장 합쳐 만원에 준다네요" 라며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한 때 노인들의 '홍대'였던 동묘 구제시장이 최근 들어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인기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동묘 구제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후 주말마다 많은 손님들이 시장을 찾고 있는 것. 구제시장이 유명세를 타다보니 최근에는 아프리카, 중국, 필리핀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 젊은이·외국인도 찾는 '관광지'

동묘 구제시장의 한 의류노점에서 젊은이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동묘 구제시장의 한 의류노점에서 젊은이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다.

특히 동묘 구제시장엔 TV를 보고 왔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옷더미 안에서 괜찮은 블라우스를 골랐다는 박영이(53·여)·김옥분씨(55·여)씨 역시 원래 목적은 '관광'이었다. 이들은 "TV프로그램을 보고 이곳(동묘 구제시장)을 알았다"면서 "구경만 하려고 왔는데, 값이 워낙 싸니 기념품 사는 셈 치고 물건을 골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를 손에 잡은 박모씨(39)도 "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도심에 이런 곳이 있는 걸 알았다"며 "중고 책도 사주고, 장난감도 구경할 겸 왔다"고 말했다.

구제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정모(24·여)씨도 "헌 옷이기는 하지만 잘 코디해서 입으면 괜찮다"면서 "요샌 날씨도 좋아서 친구들이랑 나들이도 할 겸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중국인 관광객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왔다"며 "물건 파는 분위기도 그렇고 재미있다"고 밝혔다.

상인들 역시 연일 관광객이 늘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상인 홍순식씨(66)는 "요새 들어 손님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며 흡족해했다. 구제 의류 상인 김모씨(53)도 "작년 '무한도전'이 방송된 이후 손님이 정말 많이 늘었다"면서 "특히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은 가방을 많이 사가고, 젊은이들은 와서 싼 값에 옷을 골라간다"고 귀띔했다.

◆ 교통통제·화장실 확충은 숙제

그러나 이렇듯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는데 비해 교통과 화장실 등 기반 시설은 열악했다. 좁은 골목에 노점·상가가 몰려있다 보니 차량이 움직일 때마다 혼란스러웠고, 화장실도 멀리 떨어진 동묘역(지하철 1·6호선)이나 동묘 공원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엔 차량이 얽혀 혼잡을 빚거나 화장실에 긴 줄이 생기는 것이 다반사라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었다.

전국노점상연합 동묘시장 3지부장 이모씨(54)는 "길이 좁아 차량이 양쪽에서 들어오면 혼잡하다. 나름대로 상인들끼리 질서위원도 뽑아 운영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이 골목을 '일방통행'길로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화장실 문제도 구청장님과 면담을 통해 증설을 요청했다"며 "시장 입구 등 몇 군데에 화장실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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