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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단양 제1경은 '사암풍병'(56)

최종수정 2014.05.10 10:17 기사입력 2014.03.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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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퇴계의 사랑 두향(56)

[千日野話]단양 제1경은 '사암풍병'(56)


"과연 토정선생에게 일어남직한 일입니다. 허허."
공서의 말에 좌중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퇴계가 문득 물었다.
"함께 오신 저 낭자는 어떤 인연으로 일행에 합류하셨는지요?"
이지함이 대답하였다.

"사흘 전쯤 비가 내리던 날, 제가 머문 석담의 굴집 속으로 찾아왔습니다. 비에 젖은 누더기 속의 여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저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여인으로 고명(高名)을 듣고 이곳까지 왔으니 심경(心經)과 주역의 큰 가르침을 얻고자 합니다.' 예전에 살았던 곳과 이름을 물었더니 통 대답이 없었는데, 어제 불쑥 달빛 아래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평양에서 장사를 하던 천한 것으로 이름은 '밝달(明月)'이라고 불렸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이는 들었지만 자색(姿色)이 있는지라 내가 놀라서 그 유명한 평양기(妓) 명월은 아니냐고 물었지요. 허허. 그랬더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손사래를 치더군요. 평양에 있을 때 화담(서경덕) 문하에서 배워 재작년에 돌아간 그분의 임종을 지키긴 했다고 합니다."

"그랬군요. 화담의 제자라…. 토정선생과는 동문(同門)이라 할 만하군요."
공서의 말에 이지함이 말했다.
"몇 차례 대화를 나눠보니, 고경(古經)에 밝고 시문(詩文)도 뛰어나, 가히 여사(女士)라 할 만한 사람입니다. 사또께서 단양 8경을 칭명(稱名)하는 일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퇴계는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밝달선비라 부르면 되올런지요?"
두향이 묻자, 여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렇듯 일곱 사람이 모였으니, 팔경의 명칭을 짓기에는 한 사람이 빠지는군요.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요?"
퇴계가 물었다.
이지번이 말했다.
"사인암을 단양 제1경으로 하고, 나머지를 각자 하나씩 나눠 짓는 것으로 하면 어떨지요?"
"그거 참 좋은 생각입니다." 모두들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러면 사인암의 제1경 명명(命名)은 우탁선생의 시를 모셔서 짓는 건 어떨지요?"
퇴계가 묻자, 다시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江行ㆍ강의 노래)'의 단풍 정취를 빌려 사암풍병(舍巖楓屛)이라 하지요. 사인암의 단풍병풍이 제1경입니다."
"아름답습니다. 넉자에 일백행(一百行)의 시가 흐릅니다."
공서가 찬탄을 표했다.
퇴계가 말했다.
"제2경은 구담봉이 어떨지요? 구옹(이지번)께서 명명을 해주시기로 하고, 구담의 정취를 맛보러 떠납시다." 일행은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로 구담봉을 향해 나아갔다.
구담은 단양에서 서쪽으로 20리에 있다. 단양과 청풍의 경계에 있고 깎아지른 바위가 장엄하게 솟았으며 남쪽 언덕 아래엔 한 조각의 땅도 없어서 누군가가 바위를 들어올린 것 같다. 동쪽의 면은 가파른 절벽의 꼭대기가 치솟은 거북머리 같아 기이한 풍경을 이룬다. 이를 예부터 구봉(龜峰)이라 불러왔다. 거북이 흡사 입을 벌린 형상이다. 이 거북은 동쪽으로 향하며 청풍호를 응시하고 있다. 또 강물 속에 든 바위에 모두 거북 문양이 있어 구담(龜潭)이라 부르기도 한다.

퇴계가 말했다.
"구담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거북이기도 합니다. 강물이 장회탄을 내려와 구봉언덕에서 서로 맞부딪히며 돌아 구담의 머리가 되고, 또 북으로 돌아서 서로 꺾이니 구담의 허리가 되고, 구담의 꼬리는 채운봉의 발치에서 다하였습니다." 그는 토실과 창하정이 있는 곳은 구담의 머리로 보았고, 옥계에서 서쪽으로 굽은 곳은 구담의 허리로 보았으며, 상천리의 채운봉은 구담의 꼬리로 보았다. 퇴계는 시를 한 수 읊었다.

 "衆壑趨西出自東(중학추서출자동)하니
 峽門餘怒始橫通(협문여로시횡통)이라

 뭇 골짜기들 서쪽에서 일어나 동쪽으로 가니
 계곡문에서 성난 나머지 가로로 지르기 시작하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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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토정이 만난 '영덕대게의 화신'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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