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창업 활성화의 전화위복이 됐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경제위기로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졌던 것이 오히려 창업 활성화와 새로운 시장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중심은 민간 주도의 자발적 움직임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창업 활성화와 벤처기업의 육성으로 요약된다. 19일 열린 '2014창조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전략을 논의한 각국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민간을 주도하는 '리더'가 아니라 민간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스프링보드'의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최초로 엑셀러레이터(창업기업 집중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존 브래드포드 '테크스타 런던' 디렉터는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벌어진 뒤 퇴사자들에 의해 창업 붐이 일어났다"면서 "당시 대기업들이 신생기업들의 상품·서비스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나서는 대신 성공사례를 적극 알리고 창업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창업 붐을 활성화시켰다"면서 "정부 개입은 시발점에 불과했으며 본격적으로 런던 경제를 이끈 것은 기업가들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도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지배했던 노키아가 퇴조 기미를 보이자 한편으로 신생기업 창업 붐이 일었다. 핀란드의 대표적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사우나'의 총괄책임자인 일카 키비마키 전 SAP 부사장은 "그 이전부터 창업 열기가 있었지만 핀란드 전체 경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노키아가 시장상황 악화로 3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던 것이 공교롭게도 맞물렸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자들이 수십 개의 기업을 창업하며 붐을 만들었고, 노키아와 손잡은 MS가 핀란드에 투자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크라우드소싱'같은 개방형 혁신 플랫폼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크라우드소싱 학계의 대표적 전문가인 대런 브래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글로벌 크라우드소싱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모델"이라면서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 펀딩'이 누군가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시장서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라면, 크라우드 소싱은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생산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분야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키비마키 총괄책임자는 "정부 주도의 크라우드펀딩은 민간 주도성을 퇴색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기에 참여주체는 반드시 민간으로 구성돼야 한다"면서 지역적 차원에서는 "정부 개입이 어느정도 허용되겠지만, 단기적이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지원 단계를 지난 2~3년차 기업들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브래드포드 디렉터는 "2~3년차 창업기업들이 자금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 유럽연합에서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들이 기업을 의존적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많은 수를 붕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은 잘 헤쳐나가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기업 입사 등 안정적인 진로를 선택하는 한국의 청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브래드포드 디렉터는 " 한국은 전쟁 이후 폐허가 됐음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훌륭한 사례"라면서 "오늘날 한국을 이끄는 삼성·LG·현대 같은 대기업들도 모두 작은 기업에서 성장했으며 이들의 도전정신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창업기업과 도전정신을 조명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키비마키 총괄책임자는 "유럽에서도 대기업에서 언제든지 정리해고가 일어날 수 있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직접 창업해야 한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대기업 입사만이 능사가 아니며 젊은 창업기업들이 앞으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도록 해 주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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