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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신예 심종섭, 지영준 금빛질주 재현한다

최종수정 2014.03.17 13:50 기사입력 2014.03.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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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섭[사진=한국전력 육상단 제공]

심종섭[사진=한국전력 육상단 제공]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지금부터가 시작이죠.”

마라톤 신예 심종섭(23·한국전력)은 태극마크에 근접했다. 16일 서울 광화문-잠실종합운동장 코스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마라톤 남자부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14분19초의 기록으로 국내선수 1위를 했다. 경기는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다름없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4월까지 열리는 국내외 레이스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낸 남녀 선수를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는다. 이번 대회에는 김민(25), 백승호(24), 김영진(31·이상 삼성전자), 성지훈(23·고양시청), 정진혁(24·한국전력) 등 수준급 실력자들이 총출동했다. 4월 6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와 4월 13일 군산 새만금국제마라톤대회가 남았지만 국가대표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라톤 특성상 한 달 만에 체력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자체 심사를 거쳐 선발하는 추천 선수를 노려볼 수는 있다.
심종섭은 마라톤 입문 4년여 만에 목표에 다가갔다. 중장거리 기대주였던 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보고 마라토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지영준(33·코오롱)이 2시간11분11초 만에 결승선에 골인, 금메달을 땄다. 금빛 질주에 매료된 심종섭은 4년 뒤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사실상 그 첫 단추를 끼웠다. 이번 대회는 그에게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2시간20분21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1년여 만에 6분 이상 단축된 성과에 김재룡(48) 한국전력 코치는 “서귀포에서 가진 45일간의 겨울훈련을 잘 해냈다. 한 번도 낙오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록은 더 줄일 수 있었다. 김 코치는 “경기를 마치고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후회가 됐다. 30㎞ 지점에서 스퍼트를 지시했는데 25㎞에서 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했다. 심종섭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놀랄 만큼 30㎞를 가뿐하게 달렸다”고 했다. 그는 “기록보다 순위 경쟁이 중요했던 경기여서 괜찮다”며 “페이스메이커가 함께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심종섭은 빠른데 지구력까지 좋다. 육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북체고 소속이던 2010년 진주 전국체전 때부터 ‘진주’로 통했다. 고등부 1500m와 10㎞ 금메달을 동시에 땄다. 활약을 눈여겨본 최경열(56) 한국전력 감독은 그를 영입해 마라토너로 키웠고, 2012년 2월 구미 새마을하프마라톤대회 우승으로 잠재력을 재확인했다. 함께 심종섭을 발굴한 김 코치는 “무엇을 해도 성공할 선수”라며 “머릿속이 헝그리정신으로 가득하다. 성실의 대명사로 불려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심종섭은 남들보다 중학교를 2년 늦게 졸업했다. 나주 노안남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정읍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교실보다 세차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돈을 벌어야 했다. 9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집안형편이 기울었다. 심종섭은 “체육선생님들의 육상선수 제의에 겨우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많은 돈을 벌어 막노동 등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집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소망을 위해 심종섭은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배, 가슴, 팔 등의 상체 근육도 키운다. 그는 “하체에 비해 상체가 약한 편이다. 레이스에서 균형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심종섭은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경기 이틀 전까지 그는 설사에 시달렸다. 경기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 식이요법에 실패해 출발선 앞에서도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김 코치는 “몸 관리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놀라운 성적을 냈을 것”이라고 했다. 심종섭은 “큰 경험으로 앞으로 대회를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때까지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며 “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개운함을 인천에서도 누려보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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