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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 '사실상 인재'…120년만의 폭우 원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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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2011년 16명의 인명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의 최종 조사결과 당시 강우빈도가 지역별로 5~107년 빈도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1차 조사에서 '120년'만의 폭우에 따른 '천재(天災)'라고 결론 내린 것을 뒤집은 것으로 산사태가 사실상 ‘인재(人災)'임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보고서에 ‘인재’라는 언급은 없어 이번 조사가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족들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시, 서초구, 국방부를 상대로 낸 7건의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은 이번 최종조사를 이유로 계류 중이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13일 ▲산사태 발생시간 ▲강우량 ▲우면산의 지질특성 ▲인공시설의 영향 등 4개 중점 분야에 대해 2년 반에 걸친 조사를 모두 마치고 ‘우면산 산사태 2차 원인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5년만의 한번 꼴 강우, ‘인재’ 증거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7월27일 우면산 인근 150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시각의 강우빈도는 5~107년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1차 때는 오전 9시 대표시간을 적용해 강우빈도를 조사했고 그 결과 20∼120년에 한 번꼴의 폭우로 인한 ‘천재’라고 결론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7시40분부터 산발적으로 산사태가 일어났으며 지역별로 산사태가 발생한 시각을 추정하고 해당시각에 각각 강우빈도가 어땠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원마을, 형촌마을 등 5년 만에 한번 꼴의 강우였음이 밝혀진 지역도 있었다. 대비가 충분했다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취약한 지질구조 이번 조사에서 우면산은 지질이 편마암 및 붕적층으로 구성돼 있어 인근 관악산 등에 비해 산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에서는 없었던 지적이다. 연구원은 "우면산 지역은 경기도 일원의 대규모 단층대의 말단부에 위치해 2차 단열의 발달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며 "지질이 흑운모, 호상편마암으로 구성돼 있어 인근 청계산, 구룡산, 관악산보다 산사태 및 토석류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또 우면산 일원의 지질위험도 또한 '매우 불안정' 등급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태풍 ‘곤파스’ 이후 대책 미흡 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도 ‘산사태 발생 당시 집중강우와 이에 대한 대비 부족’이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이후 덕우암 지구와 공군부대를 포함한 우면산 전 지역에 대해 산사태·토석류 안전대책이 즉시 강구됐다면 인명손실 및 재산피해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는 1차 조사 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결론이다. 1차 조사 당시에도 2010년 덕우암 지구의 복구대책이 일부 붕괴발생지역에 국한돼 진행됐고 이것이 산사태 안전대책으로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공군부대, 서초터널 발파 영향 미미 연구원은 공군부대, 서초터널 발파, 등산로 등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1차 조사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내놨다. 논란이 많았던 ‘공군부대’ 영향과 관련해 공군부대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하류 마을의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가중시켰을 것으로 판단은 되지만, 중류부 산사태로 인한 토석 발생을 고려할 때 공군부대의 영향을 정량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서초터널 발파' 영향과 관련해서는 사면의 잔류범위가 무시할 만큼 미소한 수준이며 터널 종단을 따라 산사태 발생지점이 편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터널 발파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유가족, 엉터리 강우량 조사 받아들일 수 없어 우면산 산사태 유가족들은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방춘씨(67) 는 “대한토목학회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 중 사망사고가 있었던 8개 지점을 누락한 채 강우량 조사를 했다”며 “산사태 원인분석에서 강우량이 핵심인 만큼 보고서 전체를 다시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족이 참여하는 공청회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다만 “진실규명을 위해 조건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은 TF팀과 성역없는 조사 의지를 밝히며 유가족의 의견을 경청해준 박 시장의 역할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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