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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보충수업 없는 방학’ 외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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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방학도 제대로 안했는데 무슨 개학입니까?. 우리는 개학을 반대합니다”. 2일 개학을 하루 남기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수상한(?) 아이들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 주말에다 포근한 날씨 탓에 사람들로 북쩍거리는 인천 부평문화의거리. 10여명의 아이들은 ‘개학반대’가 써진 피켓을 들고 뭐라 구호도 외친다.

내용인즉, “방학이라고 해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벌써 무슨 개학이냐”며 “휴식권과 학습선택권이 보장안된 우리에겐 애초 방학같은 건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방학기간 인천시내에서 몇 차례 캠페인을 이어온 이들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학생들 또는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얘기를 들여다보자니 그저 의식있는 특별한 아이들만의 외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보충수업 때문에 ‘안녕하지 못한‘, 학교생활의 연장이었다.

학생들은 한 달여의 방학기간 중 짧게는 3주, 많게는 개학 2~3일 전까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았다. 일부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야간자율학습까지 강행됐다. 보충수업을 하려면 학부모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선 학생들에게 직접 신청서에 서명토록 한 뒤 보충수업을 강제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전언이다.

“보충수업을 안받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너 그렇게 공부 안 할거면, 할 것도 없을테니 (특정직업을 빗대며)ㅇㅇㅇ시험이나 봐라’. 마치 보충수업을 듣지 않으면 제 인생이 망하기라도 한다는 식이었죠”.
학교에서 받는 보충수업이 아니어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원이며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A양(고교 3년). 그는 “보충수업은 분명 선택인데 선생님한테 이런 모욕까지 받아야 하느냐”며 “억지로 하는 보충수업이 효과가 있을리 만무며, 방학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학생들의 피로감은 새학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방학중에도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는 무한경쟁위주의 교육풍토 탓이다. 특히 학교현장 곳곳에서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로 인해 학교단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학도 반납하고 보충수업을 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일제고사 시행 목적을 ‘학업성취 수준 및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학력격차를 해소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 평가가 표집이 아닌 전집형태로 이뤄지면서 전국의 중·고교(초교는 2013년도부터 폐지)가 일제고사에 대비해 문제풀이식 수업이 진행되고 0교시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까지 강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제고사 결과에 따라 지역별, 학교별로 예산지원이 차등화되고 교사의 근무평가와 성과급에도 반영되면서 학교마다 과열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전교조는 일제고사 폐지와 함께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 지표에서도 비교육적인 성적경쟁을 유발하는 일제고사 관련 지표를 삭제할 것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제고사가 폐지된다한들 현행 입시위주 교육풍토 하에서는 과열된 학교현장 분위기는 새학기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을듯 싶다.

절박한 심정으로 피켓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말한다. “개학을 하면 선생님들마다 으레 묻겠죠?. ‘방학 때 뭐 했냐’고요. 그러면 우리들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방학이 있기는 했나요?”. 개학 후에도 여전히 안녕하지 못할 학생들이 안쓰럽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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