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서울 극장가에선 '겨울왕국'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공 '엘사'가 곳곳에 얼음을 쏘아대며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는 장면에 관객은 열광한다. 이런 세간의 인심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입맛이 개운찮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개혁소위는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정부가 금융소득과세 방안으로 추진했던 거래세 부과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위축된 파생시장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오는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새 법안은 이미 구체적인 틀까지 마련된 듯하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발의한 안은 양도소득세율을 10%로 정하고 연간 250만원까지의 양도소득금액은 기본공제를 두도록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05년 한국거래소(KRX) 설립 이후 처음으로 300만 계약 아래로 떨어졌다. 월별 파생상품 거래량은 2005년부터 2012년 5월까지 1000만 계약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부진과 금융당국의 시장 규제 조치가 복합 작용하면서 극도로 얼어붙은 것이다.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범위 제한 등 금융당국의 잇따른 '규제 폭탄'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과세 움직임은 시장의 존폐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금 등 현물시장 활성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파생시장을 발전시켜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본다"며 "정부와 국회가 귀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저금리 고령화 시대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나 동시에 사회와 개인에게는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동산가격은 예전만큼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낮은 금리로 예금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
새로운 대체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자본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파생상품 시장을 위축시키는 일련의 조치는 쉽게 납득이 안된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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