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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150만 여성 일자리의 회색빛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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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같은 아파트 단지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퇴근길에 보자마자 대뜸 "기자들이 기사를 제대로 안 쓴 것 아니냐"며 한탄을 했다. '기자가 공공의 적이냐'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는 들어봐야 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재취업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하더니… 정작 내가 일할 곳은 없네. 2번째 떨어지고 나니 원서 낼 곳도 더 없고 의욕도 사그라지고 있어. 여성 일자리 늘리겠다는 뉴스는 계속 나오니 집안에서도 (내가) 일하기를 바라는 눈치인데… 참 내, 전업주부라고 쉬는 것도 아닌데 이래저래 눈치만 더 보게 해. 전업주부들 등 떠밀며 사회로 나가라고 하기 전에, 정말 체감할 정도로 일자리를 늘려놔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하면 또 경력단절 여성들이 눈높이부터 낮춰야 한다겠지?"

"…"

여성 일자리 150만개 창출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경제혁신3개년 계획 발표에 순간 전날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3개년 계획 발표 자리서 "여성 경력단절 문제만 해결돼도 우리 경제는 10%의 여성 인적자원을 더 얻을 수 있다"며 150만개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 일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시간제 보육반을 전국으로 확대해 맞춤형 보육ㆍ돌봄 지원체계를 정립키로 했다. 비정규직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육아휴직이 보다 쉽도록 고용보험 지원도 늘리고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을 위해 대체인력 뱅크도 확충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장밋빛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면접에 또 떨어졌다며 낙담하는 이웃 언니의 얼굴이 떠올라서일까? 사실 여성 일자리는 작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얘기됐던 핵심 키워드였다. 지난 1년간 박 대통령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을 주문해왔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의 성적은 어떨까. 은수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1년간 15세 이상 여성고용률은 0.4% 상승했다. 그런데 늘어난 일자리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저어진다. 연령대별 증가율을 보면 50~59세와 60~64세 일자리는 각각 1.4%씩 증가했고 65세 이상도 0.5% 늘었다. 반면 20~29세는 1%가, 15~19세는 0.4%가 각각 줄었다. 40~49세의 일자리는 변화가 없었다. 15~49세에서는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년층에서만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26.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여성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다 보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데 무게중심이 쏠려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경북지역 돌봄서비스의 경우 1일 5시간이던 일자리를 강제로 1일 2.5시간으로 쪼개 1명의 일자리를 추가하기도 했다. 여성의 고용률은 높였지만 질적 수준은 되레 떨어뜨린 결과다.

150만개의 여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여전히 아우성이다. 일자리는 없는데 마냥 일터로 나가라며 등을 떠미는 꼴이다. 전업주부로 머물자니 눈치가 보이고, 일하자니 문턱이 너무 높다.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자화상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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