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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안현수 현상'과 영화 '변호인'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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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안현수)의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 문제가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후 후폭풍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엔 감사원ㆍ문화체육관광부가 올림픽이 끝난 후 빙상연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에선 '네티즌 수사대'들이 "도대체 누가 안현수를 한국에서 쫓아냈냐"며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역적' 취급 받았을 안현수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이 높은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도 "애국심이 부족하다"며 꾸짖는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오히려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게 계기를 만들어 줬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기회를 파벌과 왕따라는 체육계,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고질병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안현수가 겪었던 일과 관계없는 빙상연맹 관계자들까지 한꺼번에 '공범'으로 몰려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안현수로 인해 '죄인'이 되고 말았다. 지나친 마음의 부담감을 안고 뛰는 바람에 성적이 저조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안현수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안현수를 환호하는 이들의 심리는 뭘까? 우선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한국인들의 문제 의식이 '애국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할 정도로 확산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가를 위해서 개인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다소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개인이 참아야 하며, 그럴수록 더 나은 조국을 위해 더욱 더 헌신해야 한다"는 애국주의는 그동안 스포츠 종목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을 주름잡아 왔다. 그러나 안현수 현상에 이르러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만큼 개인을 쓰고 버리는 도구로 취급하고, 반항할 경우 파벌을 지어 왕따를 자행하고 심지어 폭행ㆍ괴롭힘까지 일삼아 온 한국 사회에 대한 개인들의 문제 의식이 극에 달했다는 증거다. 시골 촌로들 조차 안현수가 '비록 국적은 버렸지만', 어려운 가운데 고생해서 금메달을 땄다며 칭찬을 건넨다. 정반대로 빙상연맹에 대해선 '빙신연맹'이라는 비아냥을 던지고 있다.
이처럼 극에 달한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개인들의 반발은 한국 사회가 요 몇년간 유달리 심각한 부조리가 많이 드러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신물을 느끼면서 개혁과 청산의 욕구를 강하게 느껴 온 현실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정의를 주제로 한 '재미없는' 출판물이 빅히트를 기록하고,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돼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안현수 현상은 오히려 하나의 에너지다. 분출되는 에너지를 어떤 쪽으로 물꼬를 트느냐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극에 달한 개인들은 안현수 현상을 계기로 몇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조리에 지친 개인은 '나도 떠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고, 제대로 한 번 바꿔보자는 긍정적인 힘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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