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역적' 취급 받았을 안현수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이 높은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도 "애국심이 부족하다"며 꾸짖는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오히려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게 계기를 만들어 줬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기회를 파벌과 왕따라는 체육계,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고질병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안현수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안현수를 환호하는 이들의 심리는 뭘까? 우선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한국인들의 문제 의식이 '애국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할 정도로 확산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가를 위해서 개인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다소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개인이 참아야 하며, 그럴수록 더 나은 조국을 위해 더욱 더 헌신해야 한다"는 애국주의는 그동안 스포츠 종목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을 주름잡아 왔다. 그러나 안현수 현상에 이르러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만큼 개인을 쓰고 버리는 도구로 취급하고, 반항할 경우 파벌을 지어 왕따를 자행하고 심지어 폭행ㆍ괴롭힘까지 일삼아 온 한국 사회에 대한 개인들의 문제 의식이 극에 달했다는 증거다. 시골 촌로들 조차 안현수가 '비록 국적은 버렸지만', 어려운 가운데 고생해서 금메달을 땄다며 칭찬을 건넨다. 정반대로 빙상연맹에 대해선 '빙신연맹'이라는 비아냥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안현수 현상은 오히려 하나의 에너지다. 분출되는 에너지를 어떤 쪽으로 물꼬를 트느냐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극에 달한 개인들은 안현수 현상을 계기로 몇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조리에 지친 개인은 '나도 떠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고, 제대로 한 번 바꿔보자는 긍정적인 힘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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