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친구 사이인 청년 셋이 절에서 수계식을 마친 뒤 한잔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열흘 가까운 절 생활 끝이라 술이 동한 것은 당연한 이치, 사하촌 어느 주막에서 술에 주린 배를 맘껏 채우며 수계를 자축하였다. 술은 술을 부르는 법, 절에서 집이 가까운 친구 하나가 좋은 술이 있으니 가서 한 잔 더하자고 하니 술기운에 모두 찬동하고 그 친구 집으로 달려갔다. 감미로운 가양주에 취해 갈 무렵 안주가 바닥이 났는데 때마침 살찐 암탉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서슴없이 그 암탉을 잡아 푸짐한 안주거리로 술을 마셨다, 술 마시지 말라는 계를 어기는 것이 빌미가 되어 도둑질 하지 말라,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를 동시에 어기게 된 것이다. 그때 이웃집 여인이 속옷차림으로 찾아와 닭을 못 봤느냐고 물었다.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를 어겼다. 그 중 한명이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여인을 보니 요염하기 짝이 없는지라 솟구치는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여인을 범하니 나머지 두 친구들도 차례로 그 여인을 윤간해 버린다. 사음하지 말라는 계까지 어기게 되는 순간이다. 술의 마성과 야성에 잠재된 가공할만한 일탈의 파괴력을 감안하면 이 '불음주의 계'는 나머지 네 가지 계를 담보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술로 말미암아 판단이 흐려지고 이성이 마비되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망언과 음행, 살생과 투도까지 연쇄적으로 파계가 확산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파계의 과정에서도 인과율(因果律)이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냉엄한 사실이 두렵기까지 하여 그는 몸을 떨었다.
지난 2일 미국의 비즈니스 뉴스전문 온 라인 매체인 쿼츠는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 성인의 1주일 평균 음주량이 13.7잔(소주 약 2병)으로 조사 대상 44개국 중 1위라고 보도했다. 2위는 러시아로 평균 6.3잔이다. 주류제조회사는 한국거래소 주식업종분류상 음식료업에 공식적으로 편입되어 있으나 세속적으로는 무기, 도박, 담배회사와 함께 이른 바 '죄악산업(Sin Business)'에 포함된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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