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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안전 정책 '사면초가'…"입방정이 사고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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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재난, 재해, 사고 잇따라...장기적, 실질적 안전 대책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대형 인명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유정복 장관 등 안전행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자주 나온 말들이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그만큼 지난 1년간 안행부가 실시해 온 안전 관련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다소 과장'됐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7월 서울 노량진상수도 공사장 사고, 3월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 사고 등에서 각각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고들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관할'이라고 여기거나 크게 여론화되지 않은 만큼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같은 자신감은 지난 14일 유 장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보고서의 제목부터 지난해의 성과를 자랑하듯 "더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습니다"였다. 유 장관은 특히 이 자리에서 "지난해의 추진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는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 장관과 안행부의 '자신감'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입방정'이 되고 말았다. 17일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로 10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던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 9명과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선 연극가 1명이 사고로 무너진 천정에 깔려 사망한 이 사건은 현 정부 취임 이후 최대의 인명 사고였다.

박근혜정부의 안전정책이 '사면 초가'의 처지에 놓였다. 대선 공약으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박근혜정부는 임기 시작 후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학교폭력 등 4개 분야를 필두로 '안전한 한국 사회'를 만들겠다며 각종 안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먼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부터 바꿨다. 예산낭비하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안전 관리 강화라는 명분에는 누구도 토달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각종 대형 사고가 빈발하면서 겉으로 내세우는 성과와 달리 '탁상 공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시작 후 3개월 정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5월 말 '4대악 감축목표 관리제 도입' 등 3개 분야 21개 중점 과제에 대해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차관ㆍ차장급 '안전정책조정회의'가 신설돼 매월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또 중앙 부처ㆍ지자체ㆍ공공기관에 각각 '재난안전책임관'을 지정, 각종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조치했다. 각 지자체에 안전행정국ㆍ안전총괄과 등 안전관리 총괄 전담기구가 설치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법령을 개정해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휘 아래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었다.

안행부는 또 범죄, 재난, 사고 등 위험 요인을 종합ㆍ분석해 지도 형태로 보여 주는 '생활안전지도'를 제작해 올해 하반기까지 시ㆍ군ㆍ구 100곳에 우선 시범 운영한 뒤 2015년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4대 사회악 감축목표제를 도입해 주기적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각 분야의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이같은 대책은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등 8대 재난 사고 분야의 사망자는 6757명으로 2012년 7233명과 비교해 476명(-6.5%) 줄어들었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 사회악 관련 지표도 개선됐다. 성폭력의 경우 지난해 미검거율이 11.1%로 전년도 15.5%에 비해 4.4%포인트 줄었다. 재범률도 6.4%로 전년도 7.9%보다 1.5%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 재난,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안행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민종합안전대책에 이같은 '붕괴사고'를 주요 21개 과제에 포함시키고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남 여수와 부산에서 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잇따라 결국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정부가 안전행정부 등 중앙부처ㆍ지자체ㆍ공단을 망라해 대형사고를 방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합동방재센터를 설치한지 일주일 만에 터진 사고다.

여수에선 지난해 4월에도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최근엔 한화 공장 화약 폭발사고, GS칼텍스 정유공장 화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에도 3월 청주 하이닉스공장 가스 유출사고를 시작으로 화학가스 사고가 잇따랐으며, 7월에는 서울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와 노량진 수몰 등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가 줄지어 터졌다.

대형사건 사고는 해외에서도 터졌다. 지난 19일 이집트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충북 진천 A교회 신자와 현지 가이드 등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발생한 AI로 17일 188농가에 400여만 마리의 닭, 오리가 살처분됐지만 충북 등 내륙 지역으로 계속 퍼져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안행부 입장에선 사실 이게 더 악몽같은 상황이다. 구제역이 아니라서 인지 국민들의 관심사가 그리 높지 않아 그나마 다행일 뿐이다. 다름아닌 수장 유 장관이 지난 2010년 구제역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백만 마리의 소를 살처분했던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장관과 안행부는 경주 리조트 사고와 관련해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 장관은 사고 발생 7시간 만인 18일 새벽 5시에 현장에 도착해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안행부도 이른 아침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를 소집해 피해 상황, 사고 원인, 각 부처별 대책 등을 점검하고 범정부적 수습 대책 마련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탁상 행정, 실적 쌓기식 졸속 행정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내놓고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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