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어서서 달리려 했다. 그러나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박히면서 다시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서 달렸다.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승희(22ㆍ화성시청)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최광복(40) 코치가 등을 두드렸다. "울지 마라."
■역사를 쓰기 직전 닥친 불운 =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박승희는 손에 쥔 듯했던 금메달을 놓쳤다. 가장 빨리 출발해 선두에 나섰으나 트랙을 반 바퀴 돌 즈음 충동을 당했다. 3위로 달리던 엘리스 크리스티(24ㆍ영국)가 2위 아리아나 폰타나(24ㆍ이탈리아)를 추월하다 뒤엉켜 넘어지면서 박승희도 쓰러뜨렸다. 박승희는 빠르게 미끄러져 경기장 벽에 부딪혔다. 무릎을 다치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박승희는 54초207을 기록했다. 맨뒤에서 달리던 리 지안루(28ㆍ중국)가 금메달을 땄다. 동영상 판독 결과 크리스티가 실격돼 박승희가 3위로 올라갔다. 박승희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조해리(28ㆍ고양시청)가 따뜻하게 위로했다.
■심석희 탈락과 불안한 남자 팀 = 여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 심석희(17ㆍ세화여고)와 김아랑(19ㆍ전주제일고)은 500m에서 준결승도 오르지 못했다. 심석희는 준준결승 4조에서 4위(43초572)를 했다. 김아랑은 3조에서 3위(43초673)에 그쳤다. 출발이 늦어 맨 뒤에서 달렸고, 앞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김동성 KBS 해설위원은 "과감했지만 스타트 위치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자 역시 불안하다. 이한빈(26ㆍ성남시청)과 신다운(21ㆍ서울시청)은 1000m에서 8강에 올랐다. 각각 1분26초502와 1분25초893을 기록했다.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신다운은 초반 선두에 나섰지만 한 바퀴 만에 2위로 밀렸다. 결승선을 넘기도 전에 몸을 일으키는 안이한 마무리로 악착같이 발을 내민 3위 다카미도 유조(26ㆍ일본)에게 역전당할 뻔했다. 사진 판독에서 불과 0.012초 차로 겨우 2등을 했다.
남자 대표 팀은 5000m 계주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준결승에 이한빈ㆍ신다운ㆍ박세영(21ㆍ단국대)ㆍ이호석(28ㆍ고양시청)이 나섰지만 6분48초206의 기록으로 3위가 돼 탈락했다. 네 바퀴를 남기고 선두에 나선 이호석이 에두아르도 알바레스(24ㆍ미국)이 추월하는 순간 왼손으로 빙판을 짚어 스케이트를 건드렸다. 알바레스는 이호석과 함께 넘어졌다. 동영상 판독 결과 한국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결론났다. 신다운은 "우리의 잘못이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는"마지막에 사인만 맞았어도 2위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호석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부상과 신병 치료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대표팀의 기둥 노진규(22ㆍ한체대)를 대신해 출전한 선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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