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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 "올해 '남자의 로망' 담은 웹툰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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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출간

만화가 이현세 "올해 '남자의 로망' 담은 웹툰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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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국내 대표 만화가 이현세가 신간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만화책이 아닌 에세이집이다. 제목은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시대에 사는 불확실한 청춘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고 있는 이 책은 "오직 기어코 될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1978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공식 데뷔한 이후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남벌'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이현세는 명실공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다. "만화 산업에 대한 인식은 개선됐지만, 만화를 천대하는 풍토는 여전하다"고 말하는 그는 올해 새로운 시도를 계획 중이다. 손으로 꾹꾹 눌러 그리는 작업방식을 고수한 채 중년 남자의 로망을 담은 웹툰을 올 하반기 네이버에서 선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솔직하게 답하는 그를 12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에세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두 딸과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애들에게 뭔가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또 우리 만화학과 학생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다. 여전히 만화가는 사회에서 볼 때 낯선 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책을 내면 학생들도 뭔가 용기가 나지 않을까. 때마침 작년이 안식년이어서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인터넷에 글도 많이 썼는데, 나 자신에게도 나를 정리해보는 계기가 됐다.

▲만화가 한 컷도 없다. 만화를 그릴 때와는 또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글을 써 나가는데 내가 많이 부족해보였다. 만화는 글과 그림이 같이 어우러져나가서 글이 부족하면 그림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또 만화에는 내가 맨살로 나올 필요없이 까치, 마동탁 등 캐릭터가 있지 않나. 근데 에세이는 내가 대놓고 얘기하는 것이니까 부족한 게 많았다. 어휘력, 단어, 이런 글재주도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 결국 젊은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 너 자신을 믿고 가라'는 것 같다.
-이건 나한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처음 보따리 짊어지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만화가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황무지에서 시작했다. 그때 내가 그랬듯이 지금 20대가 가장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언젠가 해결을 해주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숨 막혀 죽을 거니까 나 자신을 믿으라는 거다.
▲만화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나?
-만화를 그려서 밥은 먹을 수 있을지,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그런 걱정을 많이 했다. 만화라고 하면 어린애들 코 묻은 돈으로 사기쳐서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산업적으로는 굉장히 바뀌었다. 콘텐츠적인 부분에서도 만화가 가치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가도 만화를 문화산업으로 이해하며 지원하고 있지만, 순수 창작물로서 대우해주는 일은 요원하다. 그나마 웹툰이 대우를 받는 것도 드라마나 영화의 원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인식이 바뀌지 않나?
-우리나라의 선비 정신 때문이지 않을까. 여전히 만화는 어린애들이 보는 산만하고 낙서같은 가벼운 걸로 인정하고 있다. '만화'에서의 '만(漫)' 자도 산만할 만자를 쓰지 않나. 유럽은 시사 만화부터 시작한다. 정치와 어른들의 정서 속에서 만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예술로서 자리잡는 게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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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힐링'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힐링'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스트레스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고. 내가 중·고등학교때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웬만한 고난과 고통은 치료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더라. 요즘 불고 있는 힐링 분위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힐링을 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문제가 있을 텐데, 그거를 방치하고 힐링에 주력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시키는 것이다.

▲사회환경에 신경쓰지 말고 '너는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인가?
-책에서도 위로와 응원 메시지는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라도 '너를 믿고 가라'는 메시지가 크다. 최근에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세대가 20~30대다. 또 가장 고집이 세고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는 세대는 50~60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들은 어느 정도 자식이 철이 들면 '내가 뭘 알겠니, 너희가 알아서 다해라' 뭐 이런 태도를 보였는데, 지금 50~60대는 뭐든지 다 알고, 고집도 세다. 현재의 20대는 전혀 다른 아버지 어머니들을 만난 건데, 거기서 오는 무기력함도 있을 것이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로 몰두하는가?
-3일 밤낮을 꼼짝 않고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외인구단 마지막 편은 하루 만에 끝낸 거다. 독자들이 너무나 열화와 같이 기다리는 바람에 출판사에서 이번 주에 반드시 이 책을 내야 한다고 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36시간을 꼬빡 안자고 그렸다. 재밌는 것은 데생 한 권을 끝내면서 지우개 질은 두 번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가 서른 네살 때였다.

▲이후로 40대에는 힘든 시간을 거쳤는데? (이현세는 '천국의 신화' 창조신화 부분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 300만원을 받고, 6년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만화라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았다. 그래서 난 뭐든지 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다 너무 멀리 갔다. 단군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천지창조 신화까지 갔다. 그거를 또 성과 연관시켜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40대의 6년을 재판하면서 보냈고, 술과 담배도 이때 많이 했다. 40대는 생각하기도 싫은 시절이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배운 교훈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또 겸손을 배웠다. 너무나 무기력한 나를 알게 됐다. 다만 그 6년의 재판 동안 모든 만화가들이 내 편이 돼서 싸워준 것에 감동을 했다.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와 맞서 싸우라는 얘기도 책에 나오는데? 만나본 사람 중에는 누가 천재인가? 후배 작품 중에 재밌게 본 작품은?
-돌아가신 고우영 선생님.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다. 또 만화계에서 천재라고 하면 허영만 선생을 천재라고 해야 할 거다. 후배 중에는 윤태호의 '미생'을 재밌게 봤고, 문정후의 '용비불패'도 재밌게 봤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부터 웹툰을 하기로 했는데, 주제는 똑같다. 남자의 로망에 대한, 야성의 DNA에 대한 것이다. 내 나이 육십에 남자의 로망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형식을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공 나이는 모르겠고,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40~50대를 위로하는 만화를 하고 싶다. 내 만화를 보기 위해 50대들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면, 너무 멋있는 일이 아닐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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