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다(多)가족, '셰어하우스' 주의보
보증금 ‘먹튀’에 건물 용도 불법 변경까지…피해 막을 대책 시급
[아시아경제 이민찬·윤나영 기자] #취업준비생 박모(24·여)씨는 지난해 4월 원래 살던 원룸의 계약기간이 끝나 새 방을 알아보던 중 한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를 알게 됐다. 마침 박씨는 자신이 다니던 학원과 가까운 곳의 하우스메이트 모집 글을 발견하고 바로 연락을 했다. '방 2개에 화장실과 부엌 공용',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 조건이었다. 구로구 대림동에 위치한 집을 한 차례 방문해서 둘러본 후 기존 임차인 A씨와 계약서를 쓰고 보증금을 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해 10월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현재까지 보증금 2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자신의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해 9월 먼저 방을 비우면서 연락이 끊긴 상태여서다.
신종 주거형태인 '하우스메이트'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인 젊은 층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방은 독립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부엌 등의 공용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저렴하게 1인1실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의 1인 가구의 증가 등과 맞물려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하우스메이트’가 임차인들 간의 계약이라는 데서 발생한다. 기존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거나 박씨의 사례처럼 아예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관계자도 "많은 이들이 비싼 임대료 분담 목적으로 카페를 이용해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고 있다"면서 "임차인 개인들끼리 계약이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 전이나 계약할 때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계약서에 이를 명시하고 대항력을 갖춰야 보증금 반환 등의 분쟁에서 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도 "집주인 동의가 없는 '전전세'(전세 물건에 다시 전세 들어 사는 하우스메이트 형태) 계약은 임차인들 간 보증금 반환이나 임대료 분쟁의 측면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원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셰어하우스의 하우스메이트를 들여놓는 집주인이나 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은 개인 간의 음성적 계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곳은 5곳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업자 등록은커녕 고시원으로 지은 뒤 원룸이나 투룸, 셰어하우스 등으로 불법 용도를 변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형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선 후 우후죽순 들어선 고시원들이 많고 입주를 늘리기 위해 구조변경에 나선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근린생활시설을 변경해 집으로 꾸며놓은 곳들까지 난립하며 세입자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고시생인 정모씨(26·남)는 "전세계약을 하고 하우스메이트를 구할 계획이었는데 원래 집주인과 맺은 계약서를 보니 건축물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당시 방값을 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근린생활시설은 주택이 아니어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어 돈을 구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런 불법용도 변경에 대한 단속이나 규제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세입자들의 피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고시원으로 지었다가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는 한 집주인은 "어차피 정부 단속도 거의 없고 현장 점검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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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새로운 주거형태인 셰어하우스에서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강화되거나 불법 운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하우스메이트는 보증금 반환이나 전세자금 대출 등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전세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면서 "불법을 근절하는 법규와 임차인이나 세입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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