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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경영패러다임3.0]法은 앞서가고, 정부 뒷짐지고, 勞使는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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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동시장 대변화 <중>경직된 구조
국회, 선심성 입법 남발에 시장 경직성 심화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제도보다 공감대 형성 필요


[한국형경영패러다임3.0]法은 앞서가고, 정부 뒷짐지고, 勞使는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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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댄 애커슨 당시 GM 회장은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도와달라"며 노골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초대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방한해 "한국 자동차업계의 임금이 비싸다"며 본사 차원에서 생산물량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해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 같은 일은 일부 기업의 사례인 동시에 국내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투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기업이 특히 취약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누구나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소모적인 대결로 흐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노사 외에 정부ㆍ국회와 같은 '중재자'들도 나서고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을 고수하는 탓에 노동시장의 불공정성이나 경직성을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잘못된 것일까.
◆갈등만 남고 타협은 사라진 勞使관계 =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기존 소급분에 대해서는 노사간 협의에 맡겼다.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법원은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지만 향후 관련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법대로 해결하자'는 심리가 팽배해진 탓이다.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시킬지 여부나 사내하청 문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사관계의 핵심쟁점들로 꼽히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보다는 법원의 판단에만 기대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노동시장을 대하는 사용자와 노동자간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중재자로서 나서야 할 정부는 오히려 뒷짐진 모양새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사법적 해결은 원칙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므로 각종 쟁점에 대해 노사간의 점진적이고 타협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노사 어느 쪽이든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싸움' 붙이는 국회 = 이런 가운데 국회는 노동관련 입법에 골몰하고 있지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하거나 논의된 법안을 보면 노동력 사용을 직접 통제하는 법안이 상당수다.

특히 정리해고 요건과 우선 재고용 의무를 대폭 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노동계 측에 유리하게 고치는 법안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주요 사용자 단체들이 일제히 철회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반발이 컸다.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 국회가 선심성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휴일근로를 제한해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법률 개정안이 시행돼 초과급여를 삭감하면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90%를 넘었다. 일하는 시간과 함께 임금을 나누자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중인 경영상 해고와 관련한 개정안은 매우 구체적이라 법의 제한 기능을 강화해 고용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행 경영상 해고요건을 그대로 두거나 완화하고 절차상 문제는 지속적인 판례축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개선, 시급한 과제" =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방안 역시 여전히 기업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경총이 최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5곳 이상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관련해 공감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에 비해서는 중소기업이, 비제조업보다는 제조업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높았다.

그나마 제도를 적용했거나 검토중인 곳은 제도 자체의 효용성보다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경총은 "아직 기업들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수요를 자극할 만한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ㆍ정년연장ㆍ근로시간 단축 등 지난해 잇따라 불거졌던 노동시장과 관련한 이슈들은 올해 들어 개별 사업장으로 번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개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시기가 된 것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불공정하고 경직된 측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고용시스템 전면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 본부장은 "과거 산업화 모델에 기반해 만들어졌던 기존의 낡은 고용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며 "새로운 사회적 요구, 고령화ㆍ여성화 등 인구학적인 변화, 노동시장에 만연한 양극화를 완화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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