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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처럼 선연히 떠난 '김남주' 시인 20주년‥추모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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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나는 쓰러졌지만 패배하지 않았으며 나의 무기는 부러지지 않았다 '오직 나의 가슴만 부러졌을 뿐'"

고 김남주 시인(1945∼1994)이 즐겨 읽던 하이네의 시다. 그런 김남주 시인을 일컬어 황석영 소설가는 '남도의 동백꽃'이라고 불렀다. 마치 삶이 "젊음의 처참한 쇠락을 보여주듯이, 깨끗하게 목이 딱 꺽여 온전한 꽃 한 송이째로 떨어지는 동백을 닮았다"해서 이른 말이다. 남도 땅 한 겨울 흰눈 덮힌 야산, 홀로 푸른 시누대 옆에 붉게 피었다가 한 덩어리 선연히 지는 핏빛 동백꽃은 김남주의 시정신의 표상이기도 하다.
김남주 시인은 1994년 2월13일 새벽 2시30분 오랜 췌장암과의 투병 끝에 49세 나이로 별세, 광주 망월동 5월묘역에 안치됐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때는 혁명에 나섰던 이들이 반성, 전향의 행색을 내비치며 뿔뿔이 잔칫판을 떠나던 무렵이다. 그런 김남주 시인이 시와 문학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올해 김남주 시인 20주기를 맞아 이달말 창비출판사는 그의 시 519편을 망라한 최초의 '김남주 시전집', 김남주에 관한 평론 모음 '김남주 문학의 세계'를 출간, 재조명한다. 이에 한국작가회의도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연희문학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 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는 고전문학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준태 시인, 황석영 소설가, 김남주의 친구 이강씨 등이 시인을 회고하고, 김남주 자신의 육성 시, 젊은 후배 시인들의 헌정 시 낭송도 진행한다.

실천문학사는 12일 오후 1∼6시께 경향신문사 5층 강당에서 20주기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를 비롯, 김대현,진태원 등 평론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펼쳐진다. 이어 계간 '실천문학' 봄호에는 심포지엄의 발표문을 중심으로 특집호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도 15일 오전 11시 광주 망월동 옛 5·18묘역의 김남주 묘소에서 유족(부인 박광숙, 아들 토일)과 함께 추모제를 연다. 또한 기념사업회는 오는 9월 시극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가제)와 시화전, 유품 전시, 세미나 등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이와 별도로 김남주기념사업회는 올가을 김남주 시인의 고향인 전남 해남에 윤선도를 비롯, 이동주, 박성륭, 김남주, 고정희, 김준태, 황지우, 김남주 등을 아우르는 ‘땅끝 순례 문학관’(가칭)을 개관하며 김남주 시인의 생가 터에는 별도의 문학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김남주의 시 519편에는 혁명, 민주주의, 군사독재, 제국주의 등과 관계된 언어로 가득차 있다. 바로 강렬하며 정치적인 시들은 김남주 시인을 '한국문학사적 존재'(염무웅)로 올려놓는다. 하지만 이런 연유로 급진적인 혁명시인이라고만 여기는 것은 큰 오해일 수 있다.

"찬서리/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조선의 마음이여." ('옛 마을을 지나며')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수많은 독자들이 애송하는 시다. 김남주의 시는 '옛 마을을 지나며'처럼 뛰어난 서정과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극렬한 전투시조차 깊은 서정성을 깔고 있다. 황석영 소설가는 "혁명과 투쟁, 사랑을 서정시에 부쳐 노래한 시인이며, 그의 시들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동시처럼 맑기까지 하다"고 평한다.

"다 끝내고/비좁아 답답하고/어두워 외로운/이 징역살이도 다 끝내고/다시 잡아보는 펜이여/(중략)/원수도 중오도 다 끝내고/사랑도 혁명도 혁명의 방어도/다 끝내고"('다 끝내고')

이같이 혁명 이후의 삶에 대해 고뇌하는 시속에는 자신이 혁명가 이전에 펜을 든 시인임을 숨기지 못 한다. 평소 시인은 '시가 혁명의 무기'여야 한다고 외쳤던 것과는 달리 내면에 깃든 시인으로서의 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김남주 시인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영문과를 수학했다. 1974년 염무웅 평론가의 추천으로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진혼가' 등을 발표하며 작품할동을 시작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1988년 가석방, 출소했다. 시집으로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 '이 좋은 세상에', '사상의 거처' 등이 있다. 이외에 시선집인 '사랑의 무기', 옥중시선집 '저 창살에 햇살이', 산문집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 등도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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