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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예스, 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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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시즌부터 곤두박질친 맨유號

데이비드 모예스 맨유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데이비드 모예스 맨유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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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동네북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 여섯 경기 만에 리그 12위로 곤두박질쳤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은 3라운드(64강)에서 탈락했다. 올해 들어 세 경기에서 모두 져 2001년 5월 이후 13년 만에 3연패를 맛봤다. 정규리그 22라운드 현재 순위는 7위(승점 37). 선두 아스날(승점 51)은 고사하고 3위 첼시(승점 49)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도 쉽지 않다.

이 모든 일이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51)이 새로 부임한 첫 시즌에 벌어졌다. 로빈 판 페르시(31), 리오 퍼디낸드(36)의 노쇠와 부상은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73)이 쌓고 떠난 '퍼기의 제국'이 눈부셨기에, 맨유의 몰락은 더 충격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퍼거슨과 모예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토록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것일까?
▶퍼기는 베컴을 잡았고 모예스는 루니에게 잡혔다
모예스는 부임하자마자 팀의 간판인 웨인 루니(29)부터 건들였다. '페르시의 교체선수'라고 평가했다. 새 감독이 팀을 장악하기 위해 대들보를 흔드는 일은 흔하다. 그런 행동을 하려면 감독 자신이 강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내정된 뒤 "역대 최고 명장의 뒤를 잇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약한 소리부터 늘어놓았다.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퍼거슨의 방식과 달랐다.

퍼거슨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소신이 투철하다. 그의 소신은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39)을 내친 장면에서 가장 극적으로 빛을 냈다. 2003년 2월15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아스날과의 FA컵 16강전. 퍼거슨은 0-2로 진 이 경기에서 베컴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본때를 보였다. 그가 걷어찬 축구화가 베컴의 얼굴로 날아가 상처를 냈다. 이 해에 베컴은 맨체스터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세상의 평가는 '퍼거슨이 베컴을 아웃시켰다'였다.

모예스는 맨유에서 일하는 동안 루니 없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루니의 계약은 내년에 끝나는데 맨유는 재계약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부임 1년도 지나기 전에 모예스는 루니에게 목을 매야 할 형편이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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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질러 본 사람이 지른다
맨유는 부자 구단이다. 부채가 많아도 일류 선수를 모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예스가 2002년부터 12년 동안 지휘한 에버튼은 작은 구단이다. 그는 여기서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능력을 보였다. 잭 로드웰(23ㆍ맨체스터시티), 마루앙 펠라이니(27ㆍ맨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점이 라이언 긱스(41ㆍ맨유), 베컴, 폴 스콜스(40) 등을 길러낸 퍼거슨의 눈에 들어 후계자로 점지됐을지 모른다. 그런데 모예스의 약점은 부자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마이너팀 체질을 버리지 못한 데 있다. 한 마디로 돈을 '지를'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부임한 뒤 영입한 선수 가운데 펠라이니가 눈에 띄지만 건실한 미드필더일뿐 팀의 운명을 확 바꿀만한 선수는 아니다.

▶심장의 크기와 바라보는 목적지의 차이
맨유에 재임한 27년 동안 퍼거슨의 목표는 늘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을 제패하는 일이었다. 그의 높은 성취동기가 정규리그 13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잉글랜드 클럽 최초의 3관왕(리그ㆍFA컵ㆍ챔피언스리그) 등을 가능하게 했다. 성적은 환전성이 높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직전인 1991년 런던 증시에서 7400만달러에 불과하던 맨유의 시가총액은 2012년 35억달러로 47배나 증가했다. 2012년 영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칸타르'의 분석 결과 맨유는 전 세계 6억5900만명의 팬을 확보한 최고 인기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모예스의 에버튼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클럽으로서 하위 팀을 견제하고 상위팀의 뭇매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이 전략에 순치된 모예스는 선수 영입과 코칭스태프 구성에서도 스케일의 한계를 드러냈다. 지도자로서 '함께 큰일을 치러보자'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예스가 손을 내민 세스크 파브레가스(27ㆍ바르셀로나), 메수트 외질(26ㆍ아스널) 등의 대어들은 모두 퇴짜를 놓았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모예스는 슈퍼스타를 사로잡을만한 매력이 부족하다. 거장 퍼거슨이 물러난 맨유의 현재 위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또 "퍼거슨을 보좌하던 코치진을 밀어내고 에버튼의 스태프들을 데려와 그동안 맨유를 지켜온 중심축을 무너뜨리면서 위기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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