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짜증지수가 올라가는 캐릭터들과 점차 극으로 치닫는 이야기 전개. 여기에 듣는 이들의 귀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시 돋친 대사들까지.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은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쉽사리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왕가네 식구들’을 향해 욕을 하면서도 좀처럼 브라운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왕가네 식구들’은 이혼, 불륜, 결혼반대 등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소재를 총 동원해 극을 이끌고 있다. 극중 허세달(오만석 분)은 아내 왕호박(이태란 분)을 두고 보란 듯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당당히 이혼까지 요구하며 절로 욕 나오게 만드는 밉상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고민중(조성하 분)과 왕수박(오현경 분)이 옛 연인과 재회하며 불륜의 싹을 틔우고 있어 사랑과 범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광박은 그토록 사랑하는 상남과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켰지만,
광박의 가족들은 그가 중졸이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결혼을 반대했다. 광박도 시청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왕가네 식구들’이 학력 논란에 휩싸이자, 제작진은 “학력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 속 학력에 관한 부정적인 시선을 꼬집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왕씨 남매 어머니 이앙금(김해숙 분)은 모든 집안 갈등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앙금은
장녀 수박을 끔찍히 사랑하지만, 유독 호박에 대해서만은 “진짜 친엄마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 정도로 호되게 대한다. 호박은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이고 언니이기 때문에 애써 침착하려 하지만, 앙금과 수박의 도를 넘은 행동은 호박 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짜증나게 만든다.
이처럼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 드라마의 전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막가는 전개와 캐릭터들이 극 곳곳을 수놓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쉽사리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이는 높은 시청률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 33%를 돌파하며 주말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왕가네 식구들’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해학적 표현과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의 조화,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막장’ 코드 속 가족의 화해와 진정한 의미를 집어넣은 ‘왕가네 식구들’이 향후 또 어떤 에피소드와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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