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을 알면 중국의 외형이 보이고, '창'을 알면 중국의 욕망이 보인다
사실 '시리체제'는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들의 구성요소나 정치적 배경은 판이하게 다르다. 시진핑과 리커창 모두 1950년대에 출생했지만 시진핑이 1953년생으로 리커창보다 두 살 위다. 문화혁명(1966년)이라는 정치적 동란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끝에 시진핑은 청화대 화학공정학과에, 리커창은 북경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북경이 고향인 시진핑은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하다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의 실각 후 농촌에서 자랐다. 리커창은 고향 안휘성에서 가난한 하급 관리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예리하고 활달했다고 한다.
결국 총서기 후보자 서열 다툼에서 시진핑에 밀리긴 했지만 리커창은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변화와 개혁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리커창이 시진핑에게 밀린 이유는 리커창이 지방 업무 당시 발생한 많은 대형 사건 사고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중국 수립 이후 첫 경제학 박사 총리인 그는 '개혁' 예찬론자다. 개혁이야말로 "중국이 최대 보너스"이자 "중국의 성장 엔진"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정도다. 그는 개혁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진통과 걸림돌에 구애받지 말고, 중국 사회 전체가 개혁 실천의 전선에 서기를 끊임없이 호소했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리커창은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강화하고 역할을 잘 발휘하는 영역은 과감하게 시장과 사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용 세계은행장과의 만남에서도 리커창은 이와 같이 말했다. "앞으로 수십년 간 중국의 가장 큰 발전 잠재력은 도시화에 있다. 13억 인구의 현대화와 10억 인구의 도시화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잘 추진한다면 인민에게 큰 혜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해서도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신간 '리커창-중국 대륙 경제의 조타수'는 이처럼 '중국의 입'이라 불리는 리커창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사례를 담고 있다. 전반부는 그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후반부는 그의 성장 과정과 정치적 배경 등을 파헤친다.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는 리커창의 과거 행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는 현직 지도자에 대한 전기를 발간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미러 북스 USA가 책을 만들었다. 저자 홍칭은 미러 북스 소속 중국 전문 작가로 알려졌다. 리커창의 오랜 친구이자 북경대 동문인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의 편역으로 출간됐으며, 2010년 뉴욕에서 출간된 원서에 당시와는 많이 달라진 현재 상황을 반영했다.
(리커창-중국 대륙 경제의 조타수 / 홍칭 지음, 구천서 편역 / 푸른역사 / 2만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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