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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틀거리는 붉은 미래 '리커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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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을 알면 중국의 외형이 보이고, '창'을 알면 중국의 욕망이 보인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시진핑 총서기를 정점으로 한 중국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지 11월로 1년이 됐다. 높아진 중국의 위상만큼이나 '시리체제(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체제)'를 예의주시하는 눈들도 그만큼 많아졌다. 특히 각종 매스컴에서는 중국의 2인자 리커창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좇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중동부 유럽을 방문한 그의 외교 행보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경제 총사령탑인 리커창의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도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리체제'는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들의 구성요소나 정치적 배경은 판이하게 다르다. 시진핑과 리커창 모두 1950년대에 출생했지만 시진핑이 1953년생으로 리커창보다 두 살 위다. 문화혁명(1966년)이라는 정치적 동란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끝에 시진핑은 청화대 화학공정학과에, 리커창은 북경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북경이 고향인 시진핑은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하다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의 실각 후 농촌에서 자랐다. 리커창은 고향 안휘성에서 가난한 하급 관리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예리하고 활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시진핑의 계파는 태자당이고 리커창의 계파는 공청단이라는 점이다. 태자당이 중국 정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귀족계급이라면, 공청단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을 가리킨다. 출신성분에 맞게 태자당은 기업가와 신흥 중산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청단은 농민, 농민공, 도농의 빈곤층 등 취약 계층에 관심이 많다. 사실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인 2007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리커창은 후진타오의 후계자로 손꼽히면서 시진핑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사이트에서 '리커창'의 인명 검색을 차단한 것을 두고 영국 타임스는 "인터넷 봉쇄는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예언하는 단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총서기 후보자 서열 다툼에서 시진핑에 밀리긴 했지만 리커창은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변화와 개혁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리커창이 시진핑에게 밀린 이유는 리커창이 지방 업무 당시 발생한 많은 대형 사건 사고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중국 수립 이후 첫 경제학 박사 총리인 그는 '개혁' 예찬론자다. 개혁이야말로 "중국이 최대 보너스"이자 "중국의 성장 엔진"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정도다. 그는 개혁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진통과 걸림돌에 구애받지 말고, 중국 사회 전체가 개혁 실천의 전선에 서기를 끊임없이 호소했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리커창은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강화하고 역할을 잘 발휘하는 영역은 과감하게 시장과 사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용 세계은행장과의 만남에서도 리커창은 이와 같이 말했다. "앞으로 수십년 간 중국의 가장 큰 발전 잠재력은 도시화에 있다. 13억 인구의 현대화와 10억 인구의 도시화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잘 추진한다면 인민에게 큰 혜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해서도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리커창이 어떤 사람이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데, 북경대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덕과 재능을 겸비한 준재"라고 평한다. 또 듬직한 성품과 능수능란한 일 처리 부문에서는 후진타오와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개혁에 있어서도 '인적' 개혁을 중요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2012년 중공 18대 폐막 후 열린 회의에서 리커창은 공무원들에게 '원고대로 읽지 말라'고 요구했다. 리커창은 "사전에 여러분의 원고를 모두 읽었기 때문에 굳이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 다만 구체적인 문제점과 개혁 추진 과정에 필요한 사항을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독주로 진행된 회의에 익숙해있던 관리들은 리커창의 질문 세례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신간 '리커창-중국 대륙 경제의 조타수'는 이처럼 '중국의 입'이라 불리는 리커창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사례를 담고 있다. 전반부는 그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후반부는 그의 성장 과정과 정치적 배경 등을 파헤친다.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는 리커창의 과거 행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는 현직 지도자에 대한 전기를 발간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미러 북스 USA가 책을 만들었다. 저자 홍칭은 미러 북스 소속 중국 전문 작가로 알려졌다. 리커창의 오랜 친구이자 북경대 동문인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의 편역으로 출간됐으며, 2010년 뉴욕에서 출간된 원서에 당시와는 많이 달라진 현재 상황을 반영했다.

(리커창-중국 대륙 경제의 조타수 / 홍칭 지음, 구천서 편역 / 푸른역사 / 2만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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