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최악의 업황 속에서 은행권의 사업 영역이 소매금융 대 기업금융으로 양분되는 분위기다. 기업금융에 욕심내면서 해외진출을 모색해온 국내은행은 소매금융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외국계 은행은 기업금융과 컨설팅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집토끼부터 잡을 때'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은행 가운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가장 힘차게 외치는 건 KB금융그룹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임영록 회장은 하반기 내내 '리딩뱅크의 위상 회복'을 강조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KB금융이 가장 잘하는 소매금융 분야의 경쟁력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임 회장은 "3000만명에 이르는 은행권 최대의 고객과 1200개 이상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소매금융을 키우고, 이걸 바탕으로 저성장·저수익의 파고를 넘겠다"고 말한다. 국민은행이 추산하는 실질적인 거래 고객은 1600만명 안팎, 여기서 약 4분의 1인 400만명 정도가 은행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고객들이다.


현실적인 경영목표는 시장에서도 통했다. 3분기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4조원 남짓 늘었고,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도 올랐다. 임 회장 취임 당시 3만5000원선이었던 KB금융의 주가는 19일 오전 9시 19분 현재 3만9800원선까지 상승했다.

반면 소매금융에서 '쓴 맛'을 본 외국계 은행들은 기업금융과 컨설팅에 승부를 걸고 있다. HSBC와 SC, 씨티은행 등은 그간 소매금융시장 확대에 공을 들였지만,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국내 은행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점포 수가 많지 않아 소매금융의 접점이 적었고,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저신용 대출을 확대하다보니 금리가 비싸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소매금융 확대의 걸림돌이 됐다.


HSBC는 이에따라 일찌감치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한국 본사를 제외한 모든 영업점의 간판을 내리기로 하고, 현원의 30%를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대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기업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진출 등을 돕는 쪽으로 국내 사업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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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점 100여곳의 문을 닫는 SC은행도 기업금융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SC은행은 3분기에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335억원 흑자가 났던 2분기와 비교하면 석 달 새 당기순이익 규모가 166%나 줄었다.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도 1070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1655억원보다 35% 감소했다.


SC은행은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을 고려해 지난 여름 차별화된 수출입 금융 상품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C은행은 "단순한 여신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소기업 통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국내의 중소기업 관련 사업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지점 폐쇄가 현실화되면 고객을 찾아가 은행 업무를 처리해주는 영업개발컨설턴트(BDC) 업무에 창구 직원들을 집중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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