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홍원 국무총리를 최근 만났다. 정 총리는 지난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검, 광주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여러 지역 검찰청에 근무했다. 때는 2000년~2002년. 정 총리가 광주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다. 당시 검사장들 재산이 공개됐는데 한 매체에 '정홍원 광주지검장, 승용차는 에쿠스'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정 총리는 이 기사를 보고 황당했다고 한다. 자신은 당시 아반떼를 몰고 다녔는데 난데없이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검사장으로 기사화된 것이다. 오보였다. 다른 지역 지검장이 에쿠스를 타고 다녔는데 확인하는 과정에서 에쿠스를 타는 다른 지검장과 혼동되면서 기사화한 된 것이다. 에쿠스를 몰고 다니던 해당 지검장은 형이 선물한 것을 타고 다녔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기사를 본 몇몇 사람들이 정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아반떼 타고 다닌다고 하더니 아무도 안 보는 데서는 에쿠스 탄 거냐"고 물어왔다. 황당하다 못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돼 버린 것이다. 정 총리는 해당 매체 사회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에쿠스가 무슨 말이냐?"
순간 전화 받던 사회부장은 전화 너머에 있었지만 '뜨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정 총리는 전했다. 해당 매체의 사회부장은 곧바로 사태파악을 한 뒤 "정정 보도를 하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정 총리는 "정정 보도라는 게 저 끄트머리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한 줄 나가는 것 아니냐?"며 정정보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던진 정 총리의 짧은 한 마디.
"당신들이 내가 에쿠스를 타고 다닌다고 오보를 냈으니 에쿠스 한 대 사 줘야겠다."
물론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해당 매체의 오보 영향력은 컸고 정정 보도는 너무나 작은 현실을 빗 댄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해당매체는 '저 작은 끄트머리'에 정정보도를 했고 에쿠스를 사 주지는 않았다.
언론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큰 결격사유이다. 물론 사실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오보는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보에 대한 취재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전과 달리 최근 취재원들은 오보에 대해 참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에 대해 당당하게 맞선다.
정 총리가 던진 '에쿠스 한 대 사 줘야겠다'는 농담을 넘어 지금은 곧바로 소송이다. 그것도 몇 백만원 소송이 아니다. 억대에 이르는 소송이 제기된다. 각 중앙부처에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면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놓는다. 해명자료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대응하지 않으면 보도된 내용이 진실로 굳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언론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오보를 내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정 총리가 지검장으로 있던 시절 '에쿠스 한 대 사줘야겠다'는 '오래된 농담'이 당시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에쿠스를 진짜 사 줘야하는' 시대에 와 있다. 사실에 입각한 기사만이 진실을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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