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의 '가릉빈가의 날개 - 연곡사 동부도 앞에서' 중에서
■ 시인 허만하가 구례 연곡사에서 인두조신(人頭鳥身)의 부처를 보고 열광한 것과, 내가 안압지에서 출토된 가릉빈가 무늬가 있는 수막새를 보고 꿈까지 꾸었던 것은, 어떤 인연일까. 새를 부러워했던 양인(洋人)들은 새처럼 날개를 퍼득여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어낸다. 조익기(鳥翼機)는, 꽁무니로 방귀를 뿜어 날아가는 비행기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닌다. 새를 부러워했던 동양인들은 새의 날개가 돋아난 아름다운 인간, 곧 가릉빈가 부처를 만들어낸다. 새는 인간 비상(飛翔)의 최고 상징이다. 발 달린 자와 날개 달린 자의 길은 다르다. 이 지상의 길과는 다른 길, 무한으로 툭 트인 허공의 깊고 먼 길. 그 길로 안내하는 새가 가릉빈가다. 초월은 유연하게 지상에서 이륙하는 옛사람들의 공중부양술이다. 피단풍의 지리산 골짝을 굽어보는 새, 새의 깃과도 같은 기왓장 몇 장으로 남은 경주의 천년 영화(榮華)를 지나가는 새, 같은 새가 허만하에게서 빈섬에게로 앉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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