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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놀이터, 일탈의 밤 지나자 은밀한 마약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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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홍대 놀이터 화장실 옥상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맥주캔을 던진 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외국인들이 홍대 놀이터 화장실 옥상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맥주캔을 던진 후 담배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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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이수호 인턴기자] #"오늘은 맛만 봐. 내일 오면 미군 마약 중개상을 소개시켜 줄게."

'홍대 놀이터'에서 만난 한 콜롬비아 남성은 대마초를 찾는다는 말에 주머니를 슬쩍 보여줬다. 주머니 속에는 새끼손가락 크기의 꼬깃꼬깃한 종이와 주사기가 보였다. 그는 "대마초는 샘플용 하급 상품이고 주사기에는 코카인이 담겨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내일 오면 미군을 통해 질 좋은 대마초를 구해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젊음의 거리로 알려진 서울 서교동 홍대 입구. 젊은이들이 약속장소로 애용하는 놀이터에서 대마초가 버젓이 거래된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 현장을 찾았다.

◆새벽 그곳은 해방구=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놀이터는 30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밴드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곳곳에 깨진 유리병 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새벽 2시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속속 빠져 나간 놀이터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소주병과 맥주캔 등을 들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는 금발의 핀란드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대마초를 구하고 싶다"고 하자 한 브라질 남성을 소개시켜줬다. 이 남성에게 대마초 이야기를 꺼내자 "왜 나한테 왔냐. 묻지 마라"며 화를 내며 "누가 알려줬냐"고 다그치던 그는 30여분간 축구 이야기를 하며 환심을 사자 대마초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홍대 인근에서 대마초 판매를 중개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브라질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대마초를 피우지도, 거래를 중개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신 친구가 된 기념이라며 자신과 함께 일하던 동료를 소개시켜줬다.

그의 소개로 만난 콜롬비아 국적의 남성은 만나자마자 외투 안쪽에서 대마초와 코카인 주사기를 보여줬다. "대마초를 구할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오늘은 맛만 봐"라고 말하며 샘플용이라는 대마초를 건넸다. 대마로 추정되는 말린 잎이 얇은 종이에 싸여있었다. 그는 대마초 한 대에 150달러 수준으로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콜롬비아 남성은 "대마초는 최근 클럽에서도 단속이 심해 경찰의 단속이 적은 홍대 놀이터에서 거래된다"며 "대마초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미군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더 친해지면 미군 마약 중개상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며 "필요하면 내일 꼭 오라"고 제안했다. 얼마 후 이 콜롬비아 남성은 놀이터에서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순찰하는 경찰은 안보여=놀이터에서 공공연히 대마초가 거래되고 대마 향이 퍼지는 동안 이곳을 순찰하는 경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대 놀이터 옆에서 10년째 노점을 한다는 한 상인은 "누가 신고를 하면 모를까 경찰이 아무 일 없이 순찰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홍익지구대는 순찰을 도는 정기적인 시간이나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경찰차 7대 중 3~4대 정도가 순찰을 돌며 그 근처에 머물다가 신고를 받으면 현장으로 출동한다"고 말했다.

홍대 앞에 있던 홍익지구대는 지난해 7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합정역 근처로 이전했다. 경찰은 홍익지구대 이전 이유에 대해 "지구대가 혼잡한 지역에 있어 출동 지연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또 건물이 작아 전체 인원 70명이 쓰기에 문제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홍익지구대가 옮겨가면서 현재 홍익대 인근 유흥가와 가까운 치안시설은 롯데시네마 뒤편의 동교치안센터와 서교치안센터 뿐이다. 홍익지구대 이전 후 서교치안센터에는 교대로 낮과 밤에 한 명씩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동교치안센터는 한 명이 낮에만 근무를 한다.

홍대 인근 치안 공백에 대해서 경찰은 "홍익지구대 이전 이후 홍대 놀이터 내 화장실 주변에 CCTV를 설치해서 수시로 감시하고 있다"며 "사복경찰도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이수호 인턴기자 lsh599868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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