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형 STX조선해양 호의 앞날은?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STX그룹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유정형 신임 대표가 2일 공식 취임함에 따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동혁 전 대표이사 내정자의 돌연 사퇴로 자리를 꿰찬 유 대표가 채권단과 STX조선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며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이날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본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통한 자율 협약 조기 졸업과 독자 생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유 대표는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정확한 판단과 실행으로 자율협약 조기졸업을 위해 매진하겠다"며"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의지를 모아 회사가 반드시 독자 생존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TX 조선의 독자 생존을 위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회사는 사업 다각화와 확장에 초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상선과 특수선, 중소형 해양 지원선 건조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 대표의 취임 일성에 미뤄볼 때 향후 STX조선의 사업구조조정은 불가피해졌다. 국내 빅 3 조선소와 경쟁하던 해양 플랜트 분야를 축소하는 대신 그동안 노하우가 증명된 상선 분야에 경쟁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대표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권단과 관계 설정이 급선무다. 그간 채권단과 STX조선은 자율협약 체결 당시부터 강덕수 회장이 물러나기까지 적잖은 갈등을 겪어왔다. 채권단이 내세운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이 사퇴하면서 이를 주도했던 산업은행과 STX그룹간 갈등이 더 심화된 상태다. 일각에서 강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유 대표가 채권단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유 대표가 당초 1일로 예정됐던 취임식을 하루 연기하고 채권단과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부에서 유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 유 대표가 STX그룹에서 7년간 재직한 만큼 내부 사정에 밝다고 평가한다. 반면 역시 산은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 출신이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산은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 대표는 1984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생산부서장과 인사부장을 역임한 뒤 2006년 STX그룹에 합류했다.
그의 첫 시험대는 STX조선의 구조조정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유 대표가 구조조정 칼자루를 쥘 경우 내부 반발을 얼마나 무마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변수는 새로 선출된 노조집행부다. 유 대표와 같은 날 선출된 이장섭 STX조선 노조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장에서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채권단과 체결한 지난 7월 노사협약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 채권은행인 산은이 기존 노조와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협의를 했지만 향후 인력 감축이 진행된다면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어서 '산은-STX조선 사측-노조'간의 갈등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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