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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부이촌동 '고통의 7년'…눈물의 주민간담회

최종수정 2013.10.02 15:17 기사입력 2013.10.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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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효창동주민센터에서 용산구 현장시장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가 열렸다.

1일 효창동주민센터에서 용산구 현장시장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가 열렸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부이촌동 주민 재산을 담보 삼아 사업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말에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주민들의 재산이 담보로 잡히기 전에 청산돼 다행이다. 고통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유일한 방법은 구역해제 고시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

"정상화를 도모하려는데 서울시의 찬반투표 때문에 발목만 잡혔다. 앞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의지를 갖고 검토한다면 서울시에서 그전에 약속한 것 지키겠다고 발표해서 정상화 발판이 되게 애써달라." (김 찬 11개구역 대책협의회 총무)

1일 저녁 용산구 효창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용산 국제업무지구 관련 주민간담회. 용산구 현장시장실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일부 격앙된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이날 열린 '용산 국제업무지구 관련 주민 간담회'는 입장 별로 주민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효창동 주민센터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진희선 주거재생정책관과 성장현 용산구청장 등 서울시ㆍ용산구 관계자가 참석했다. 간담회는 주민들의 질의, 박 시장의 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주민들의 이야기는 '고통의 7년'으로 귀결됐다. 주민 한 명 당 주어진 2분이라는 시간은 한없이 부족해보였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한강다리에 올라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다는 노인, 요금이 체납돼 전기와 가스가 끊겨 어두컴컴한 집에 살고 있는 상인들, 오순도순 살던 주민들이 용산사업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면서 반목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7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개발사업과 함께 상권이 죽어버려 수입이 급감한 서부이촌동 일대 상인들은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원순 시장의 결론은 '재검토는 어렵다'는 것. 다만 최종 결정권자인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시장은 "매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고 지구지정 해제는 수일 내에 될 것"이라며 "새로 오신 코레일 사장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사업성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대금을 완납 했고 현재 여건으로 보아 새로운 시행사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용산국제업무지정 해제를 원하는 주민들은 지구지정 해제 일정에 대해 질의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구역으로 묶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구지정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원아파트에 거주하는 차현재씨는 "지구지정 해제 일정은 언제이며 코레일 최연혜 사장 취임을 계기로 개발을 원하는 시행사나 언론은 개발 기회가 될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시장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지구지정이 해제되면 서부이촌동 현대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복순 지번총연합회 위원장은 "서울시는 9월23일에 구역지정해제고시를 할 거라고 해놓고 구역지정 해제 고시는 코레일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아서 지연된 거라고 하는데, 이미 코레일에서는 토지대금 잔금을 납부했고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잔금이 치러졌다면 치러진 일자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아직도 구역지정해제고시를 하지 않는 것은 주민을 속이고 다른 사업자를 찾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조봉연 땅찾기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은 "정보공개를 요청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심의한 내용을 보니 당시 심의위원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서울시가 책임지겠다며 오세훈 전 시장과 그 이하 공무원이 밀어부쳐서 시작된 것"이라며 "서울시장이 대표로 잘못했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한편 사업재개를 희망하는 주민들은 절반 이상이 동의한 사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코레일 신임 사장이 사업 재개 의사를 밝힌다면 서울시도 동참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주영근 11개지역위원장은 "주민들은 개발업자의 달콤한 말보다 서울시와 코레일의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서울시가 한술 더 떠 기다렸다는 듯 해제고시를 발표했다"며 "2300가구 중 56%가 찬성해 적법한 절차로 요건을 갖췄으니 주민투표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모 씨는 "이 개발의 성사는 주민들의 뜻이 아니라 서울시와 사업자, 코레일 3사의 손에 달렸다"며 "7년 동안 기다리면서 세금은 다 내고 상권이 죽어서 세입자도 안들어와서 이제는 백수가 됐는데 가족들 먹여 살릴 방법도 없고 공시지가에라도 집을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부이촌동 일대 상인들도 어려운 형편을 호소하며 보상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고 사연을 이야기하던 한 주민은 '약 없이 잠을 잘 수 없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신명희 씨는 "4월 기준으로 상가 간판을 조사했더니 200개가 넘었던 가게들이 120여개로 줄었고 상권이 죽은 지금 우리는 버틸 힘이 없다"며 "상인들이 신용불량, 연체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고 서울시가 통합개발 하겠다고 했으니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교식 씨는 "오세훈 전 시장이 개발지역에 묶지 않았다면 코레일이 떠났을 때 상인들도 나갔을 것"이라며 "보상으로 상가입주권과 3개월치 보상에 이주비도 적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서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곽동훈 씨는 "서울시가 개발하겠다고 한 후로는 장사가 안됐지만 개발된다고 하니 언젠가는 되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그동안 피해본 것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항할 방법이 민사소송 뿐이라 변호사도 찾아갔지만 당장 생활비가 없는 사람들이 변호사를 어떻게 고용하겠느냐"며 "오죽하면 우리가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한편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의 부채 해소를 위해 지난 2006년 8월 '철도 경영 정상화 대책'에서 시작됐다. 2007년 8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해 통합개발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주대책지정일로 고시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의 자금난이 겹쳐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 3월 드림허브가 52억원의 이자를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자 최대주주인 코레일 측이 사업협약을 해제하고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지난달 5일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토지대금 1조197억원을 반환했지만 소유권 등기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지역 재생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올해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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