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보다 私', 어느 총수의 민낯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그룹을 이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경영능력, 도덕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그룹 정상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경영 능력 부재에다 특혜 대출 의혹, 기업어음(CP)·회사채 개인투자자 피해 등 도덕적 해이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현 회장과 그룹 고위 경영진을 동양사태 책임자로 지목하고, 이달 말 예정인 국정감사 증인석에 세워 책임을 물기로 했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현 회장의 경영 능력 부재는 이번 동양그룹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 마지막 희망이었던 동양매직 매각 작업이 계약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현 회장은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어 무산시켰다. 동양은 동양매직 매각으로 동양매직의 부채 2500억원을 상계하고 1800억원의 자금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 같은 자금 규모는 지난달 30일 동양이 금융권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와 CP(기업어음) 규모인 1100억원보다 컸기에 욕심이 화를 키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뿐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야 할 시점에 계열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게임사 지분을 취득하는 등 오너의 사재출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릴 때 고(故) 서남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보유지분 2.66%를 무상으로 빌려 1656억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회사 측은 이 돈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보다는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았던 동양레저의 골프장 부지와 동양그룹연수원, 그리고 동양온라인 주식 매입 등에 사용했다.
1989년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현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을 퇴출 직전까지 몰고 갔다. 현 회장이 당시 글로벌 금융산업 위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제조업 중심의 동양을 금융업으로 무리하게 변화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도 고비를 맞았다. 주택건설시장 부진으로 인한 시멘트 수요 감소와 제품가 하락, 외국계 기업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동양의 발목을 잡았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동양의 누적적자는 1조1680억원에 달한다. 부채는 2조2000억원에서 4조4270억원으로 두 배나 뛰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33.2%로 대규모 기업집단 평균치(108.6%)의 12배에 이른다.
현 회장은 도적적 해이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은 동양이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사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한 것을 두고 회사 살리기보다는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양시멘트, ㈜동양은 우량 회사로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존 경영주의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꼼수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주도로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로부터 1500억원에 달하는 특혜성 대출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동양이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지난달까지 1500억원대의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사기 발행'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의 특수목적회사 '티와이석세스'는 지난 7월과 지난달에 7차례에 걸쳐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3개월짜리 전자단기사채 1569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이 돈을 모두 ㈜동양에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전자단기사채는 동양시멘트의 지분을 담보로 발행된 일종의 기업어음(CP)으로,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채권 효력이 모두 정지된다.
동양이 동양증권을 통해 CP 등을 개인투자자 1만여명에게 불완전 판매한 혐의도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금융권 주변에서는 현 회장이 법정관리 후 경영권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2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뼈를 깎는 경영 정상화를 포기한 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으로 본다"며 "법원이 동양에 대한 법정관리를 결정할 때 이 같은 점을 고려해야 금융권이나 여론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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